경제·금융

타이 ‘탁시노믹스’ 明과 暗

탁신 시나와트라 총리가 이끌고 있는 타이는 이웃 국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경제 운영 방식을 칭하는 `탁시노믹스(Thaksinomics)`덕분에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타이는 지금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8%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탁신 총리 팬들이 말레이시아 역시 타이의 방식을 따르면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스스로를 탁시노믹스의 `문하생`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8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타이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이들 국가들의 부채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타이의 주식시장은 올해 거의 60% 상승했고, 바트화 가치는 3년래 최고 수준이다. 타이의 빠른 경제 회복은 아시아 위기 이후 분명 환영 받을만 하다. 그러나 그러한 환영 열기는 아시아 기적으로 알려져 왔던 수출 주도 정책이 그랬듯이 탁시노믹스 역시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축을 줄이면서 국내 소비 지출을 확대하고 농촌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탁신의 정책은 시대조류에 한참 뒤떨어진 정책이다. 또 각 지방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정책 역시 무리가 따른다. 타이 정책에 냉소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정책 전체를 정치적인 고려에 따른 `퍼 주기식`타이 정책의 최신 버전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2년 전 타이가 경제 회복기에 막 접어들 당시 탁신이 총리가 됐다는 점을 들어 그의 성과를 단지 경제 사이클 덕택으로 돌려서도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책 선택에는 걱정스러운 점도 뒤따르고 있다. 국책 은행인 크룽 타이 은행은 올해 지방 소재 기업들에 대해 대출을 크게 늘려왔고, 그 결과 올들어 지금까지 타이 신규 대출 가운데 70%가 이 크룽 타이 은행으로부터 나왔다. 세계은행은 이러한 점에 대해 크룽 타이의 경영진들은 정치적인 틀 안에서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타이에 대해 각종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이 국가의 부실 채권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여신의 17%까지 상승했으며, 자산관리회사(AMC)에 떠넘겨진 것 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채권 규모는 이 것의 두 배 가까이 될 것이다. 탁시노믹스는 물론 인기 있는 정책이지만 지속 가능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탁신 총리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타이의 퍼 주기식 대출 정책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0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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