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멈춰버린 ‘양철북 정부’라는 오명(汚名)까지 덮어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만한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고 청와대 참모와 내각 수장들은 난세를 헤쳐나갈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실책을 연발하고 있다. 땡볕에 얼음이 녹듯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가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3면
점점 이반되는 민심을 되돌리고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도
덕성을 겸비한 후임 국무총리를 하루 빨리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와 정책 난맥상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도 전면
개편하는 등 뼈를 깎는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사퇴의사를 밝힌 정홍원 국무총리는 후임 총리가 정해지지 않아 ‘시한부 총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마저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려 28일 낙마함에 따라 허명(虛名) 총리라는 부담을 안고 내각을 총괄해야 하는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도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됐다. 경제정책 혼선에다 리더십 부재로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비난과 질타를 받으면서 2기 내각에서는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 받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경제부총리 위상이 떨어지고 경제팀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제개편 등 핵심 정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구심력은 없고 원심력만 팽배한 상황”이라고 느슨해진 관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 위협이 상존하는 엄중한 시기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7일째 공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전격 경질했지만 후임 인선은 깜깜 무소식이다. 국방ㆍ안보 라인의 쌍두마차가 뒤뚱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도 휘청거리고 있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안 내정자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교체해야 한다’는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발표했던 내용과 다른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제대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불신까지 사고 있다.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청와대를 지휘하는 비서실장, 경제분야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 안보 총사령관인 국가안보실장 등 국정운영의 핵심 포스트들이 중심을 잃고 뒤뚱뒤뚱 거리면서
구심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내각과 청와대의 실책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