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에서 자발적으로 전체 건립물량의 90%가 넘는 물량을 중소형으로만 짓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나왔다. 중소형 비중이 높을수록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수요가 중소형 위주로 급격히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는 최근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열고 총 4,103가구로 재건축하기로 했던 기존 사업계획을 4,978가구로 바꾸는 안을 통과시켰다. 고덕 주공2단지는 고덕동 217 일대에 지난 1983년 5층짜리 71개동 2,600가구로 지어진 아파트다. 총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재건축 추진 단지다.
건립물량이 당초 계획안보다 크게 증가한 것은 중소형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825가구였던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소형 주택이 2배가 훌쩍 넘는 1,971가구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건립가구 수 대비 소형주택 비중도 20.1%에서 39.6%로 확대됐다. 1,662가구로 계획했던 84㎡도 1,921가구로 250가구가 늘었으며 틈새 주택형인 75㎡도 713가구가 새로 설계에 반영됐다. 이렇다 보니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기존 2,489(60.6%)가구에서 4,596(92.3%)가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아보니 대부분 중소형을 원해 설계변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주변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4월 분양에 나섰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청약 당시 84㎡ 742가구가 순위 내 마감됐지만 상당수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해 미분양으로 남았다. 고덕지구 내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완료하고 2011년 입주한 고덕 아이파크 역시 중대형 물량이 대거 미분양되면서 조합과 시공사가 수차례 할인분양을 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84㎡와 중대형으로만 일반분양에 나섰던 인근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으면서 소형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이라며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소형 아파트 비중을 늘린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덕주공 2단지 59㎡의 경우 1,971가구 중 조합원분은 698가구에 불과해 임대주택을 제외한 1,127가구가 대거 일반분양분으로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일반분양가격이다. 주공2단지 관리처분 계획안에 따르면 일반분양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평균 2,040만원에 잠정 책정됐다. 이는 1,950만원이었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보다 90만원 높은 가격이다. 입지가 더 뛰어난 강남 세곡2지구 더샵 포레스트의 분양가(3.3㎡당 1,800만~2,000만원)과 비교해도 오히려 비싼 수준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는 강동권에서 재건축 일반분양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잠정 책정된 일반 분양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