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기 없는 세상을 떠올리기 어렵지만 120여년 전만 해도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자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전기 장치들은 제조와 사용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었기에 무척 위험했다. UL이라는 기업도 전기제품의 안전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했다.
이후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안전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고 기술로 구현됐다. 이때부터 전기는 비로소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현대 문명의 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뿐만이 아니다. 모든 문명의 이기들은 사용시 안전이 보장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차는 달리기 전에 안전하게 멈출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스마트폰은 그 편리성 이전에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 그 기본의 중요성을 잊기 쉽다. 안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때로는 번거롭다. 적지 않은 비용도 발생한다.
소비자들도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에 대해서는 쉽게 지갑을 열지만 보이지 않는 안전 요소를 구입하는 데는 주저한다. 이렇듯 시장원리로서는 안전이 지켜지기 어려운 탓에 각국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필수적인 안전요소들을 표준화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강제적으로 안전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도 스스로 이러한 규정들을 만족하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언제 사용할지도 모르는 소화기나 제세동기·안전벨트·에어백 등이 관련 법규가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 주위에 얼마나 보급됐을까.
그러나 여전히 안전을 통과의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제품을 만들든 건물을 짓든 위험 요소들에 대해 초기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안전 인증기업을 운영하며 깨닫게 된 것은 안전은 한 번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집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거나 선박에 구명정이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한다. 중요한 것은 소화기의 사용 기한이 지나지는 않았는지 구명정이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소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각종 장비들이 제대로 유지 보수되고 있는지와 화재 발생시 피난 동선은 확보돼 있는지, 직원들이 적절한 안전교육을 받고 있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와 점검은 지루하고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관련 규정들이 있다 해도 현실적인 요인들과 쉽게 타협하고는 한다. 정기 점검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검사를 시행하는 기관들이 그 역할을 독립적으로 성실히 수행하는지가 관건이다. 문제점이 발견됐을 때 단호하게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지와 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지도 중요하다.
물론 이로 인해 제품가격이나 공공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안전에 관한 한 타협이란 존재할 수 없다. 원가 절감의 방침도 적용될 수 없다. 안전은 우리 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며 그냥 얻을 수 있는 '공짜 점심'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