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월급 고작 88만원의 ‘88만원 세대’, 30대 태반이 백수라는 ‘삼태백’, 쉬는 것이 무서워 휴일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공휴족’…. 청년실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지난 한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여러 신조어들이 생겼다. 취업 준비생들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들은 기발하지만 안타깝고 답답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대학생 및 졸업생들과 간신히 구한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13일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는 이 같은 취업시장과 직장생활의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신조어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실업난 장기화, ‘이태백’이 ‘삼태백’으로=청년실업의 대명사인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은 청년실업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으로 진화했다. 또 20대 근로자의 95%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한 경제학자 우석순ㆍ박권일의 책 ‘88만원 세대’의 제목도 사회적인 유행어가 됐다. 이 같은 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김영하의 ‘퀴즈쇼’, 정현아의 ‘달의 바다’ 등 백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 등장해 ‘백수소설’ ‘백수문학’이라는 말도 생겼다. 쉬는 것이 두려워 휴일이나 방학에도 공모전ㆍ봉사활동ㆍ인턴십 등 취업 준비를 하는 ‘공휴족(恐休族)’이나 취업을 위해 혼자 공부하고 식사하는 외골수 구직자를 뜻하는 ‘나홀로족’ 등의 신조어도 나왔다. 학점 따기 수월한 과목 등만 골라 듣는 ‘학점 쇼핑족’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위해 명문대로 편입하려는 ‘메뚜기 대학생’, 장기간 미취업한 졸업생인 ‘장미족’ 등도 생겨났다. ◇취업해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취업에 성공했다고 마냥 기뻐할 수도 없게 됐다. 상시적인 고용불안 때문에 직장인이 돼도 쉴 틈이 없는 것. 직장인들은 ‘술독’보다 야근을 많이 해서 생긴 피로를 뜻하는 ‘야근독’에 시달려야 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 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등 생선 시리즈는 ‘동태족(한겨울에 명퇴한 사람)’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이 받은 명퇴자)’ ‘생태족(해고 대신 타 부서로 전출당한 사람)’ 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직장생활에서 성공하려면 남을 웃길 줄 아는 능력도 필수. 기업구성원들을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지수인 ‘엔큐(EnQ)’도 등장했다. 한편 취업 후에도 습관적으로 구직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구직 중독증’ 환자들과 입사하고도 재취업을 위해 회사에서 몰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도둑공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