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3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 "대기업의 기업규모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만들기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강대에서 '이익공유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동반위가 추진 중인 중기 적합업종 선정시 대기업 규모를 중소기업기본법상 종업원 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할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으로 할지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에 대해 정 위원장은 "잘 살펴보고 있다. 믿고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을 예로 들면서 "중기 적합업종의 경우 대기업이 여기에 올 수 있느냐는 식으로 사회에서 분위기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미흡한 동반성장 추진의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연초 모든 부처의 업무보고에서 '동반성장'이라는 단어가 도배돼 정부가 동반성장 하나만 하나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력도 없고 예산도 36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책 일선에 있는 분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경제학자로서 FTA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동시다발적인 FTA는 상당히 위험하다"며 "그러다 보니 번역도 다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정 위원장은 "SSM 관련법 2개가 통과됐을 때 FTA를 담당하는 분이 국회에서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동반성장 노력으로 기업들이 다 짐 싸 들고 외국에 나가 산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실제 외국에서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동반위가 기업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맞는 이야기지만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