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치킨게임 치닫는 '서든 어택' 공방

요즘 게임업계는 총싸움게임(FPS) 때문에 전쟁터다. 총알보다 무서운 비방전이 하루에도수십 번씩 오간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한 진영의 수장이 물갈이 됐고 양측은 급격한 상황변화에 몸 둘 바를 모른다. 덕분에 의도치 않은 휴전 협정이 암묵적으로 맺어졌지만 언제 총탄이 또다시 오갈지 모를 일이다. 게임 업계는 최근 '서든 어택'을 두고 CJ E&M 넷마블과 넥슨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서든 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지난해 넥슨에 인수되며 일찍이 예상됐던 다툼이지만 치열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총탄을 먼저 날린 쪽은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며칠 전 서든 어택 재계약을 매듭짓기 위해 언론에 게임하이와의 계약 조건을 공개하는 이례적 행동을 보였다. 넷마블이 재계약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게임하이 측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든 어택은 넷마블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재계약을 위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게임하이는 모회사인 넥슨을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섰다. 넷마블의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질타하며 배수진을 친 넷마블을 강 깊숙한 곳까지 몰아 부쳤다. 그럴수록 넷마블은 죽기살기로 저항한다. 덕분에 사단이 났다. 남궁훈 넷마블 대표가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총 싸움보다 재미있는 업체 간 첫 번째 회전이 이렇게 마무리 된 모양새다. 제 살길 찾아 전쟁을 벌인 넷마블이나 넥슨을 탓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는 양쪽 모두에게 최악이다. 제임스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으로 유명해진 '치킨 게임'처럼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두 업체의 끝은 자명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게임업체들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게임이론(Game Theory)'에 얼마나 무지한지 잘 보여준다. 현실 같은 게임은 잘 만들지만 게임 같은 현실 속에서만큼은 어수룩한 두 업체가 현재 간절히 찾아야만 하는 것은 재부팅 버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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