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여년간 계속된 달러 중심의 통화 시스템을 개혁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화의 지배적 역할은 적절했지만 이제 더는 아닙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지난 9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중국ㆍ브라질ㆍ러시아 등 전통적인 반미진영이 간헐적으로 던져온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글로벌 무대의 가장 대표적인 공개석상에서 서방 선진국 지도자의 목소리를 통해 거리낌없이 등장했다. 불과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은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변했다. 한마디로 적자생존의 격변기다. 누구보다 예민하게 생존 코드에 반응해야 하며 누구보다 한발 앞서 생존기반을 넓히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및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이어진 일련의 ‘금융 쓰나미’를 겪고 난 지구촌 경제는 지금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기까지 생사를 위협하는 위험과 기회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메릴린치ㆍ와코비아ㆍ스미스바니 등 월가 공룡기업들을 포함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기적 격변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덤 속으로 들어간 금융기업 수는 부지기수다. 실물경제 부문 역시 거대 시장인 미국을 껴안고 있던 자동차 빅3(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가운데 2곳이 파산할 정도로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전환기 삼아 미국이 유럽으로부터 경제패권을 넘겨받았듯이 이번 세기적 위기도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의 허브국을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격변이 ‘중진국의 덫’을 벗어 던질 기회이자 ‘1인당 국민총생산(GDP) 2만달러의 저주’를 풀어낼 절호의 타이밍이다. 때마침 올해는 우리나라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 활동한다. 이 지위를 활용해 21세기 신산업인 녹생성장 어젠다를 선점하고 이에 맞춰 국내 산업을 육성한다면 생존기반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무차별적인 ‘신용불신의 폭격’을 피해 월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외국의 고급 인재를 적극 영입해 우리의 낙후된 자본시장의 소프트웨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도 격변기의 훌륭한 생존 코드다. 큰 틀에서는 미국과 더불어 G2로 부상하는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설정 등 세기적 청사진을 재조정해볼 때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금융위기 이후 다시 정립되는 글로벌 경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국제시장 질서를 능동적으로 조각, 주도해나가야 새로운 패러다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