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 11일] 통신서비스 시장의 신뢰

지난 2일 마무리된 제4이동통신 기간사업자 허가심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에 와이브로망을 깔아 통신서비스를 하겠다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신청에 대해 '불허(不許)' 결정을 내렸지만 당사자는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방통위가 허가기준점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탈락' 의결을 한 지 2시간이 채 안 돼, KMI는 대표가 직접 몇몇 기자들을 불러 모아 '반박' 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KMI 측은 선임 예정임원이 방통위의 견해에 대해 분개해 작성한 반박문이라는 장문의 글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심사결과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KMI 측은 방통위 공무원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자질'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이 토종기술인 와이브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논란에 가세한 형국이다. 방통위는 '문제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곤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때 크고 작은 불만이 터져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무엇보다 패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자부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는 특히 그렇다. 탈락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하기 앞서 왜 탈락했는지를 곰곰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번 사업자 허가는 통신서비스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어서 통신업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KMI의 주주구성이 이뤄졌다는 소식에 증시에서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는 컸고 KMI 입장에서도 책임감이 무거웠던 셈이다. 그러나 일부 주주사가 중간에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KMI는 시장의 믿음을 잃어버렸다. 주주사의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유력인사 연루설까지 나오자 사업의 신뢰성마저 의심 받는 지경에 빠졌다. 새로운 업체를 끌어들여 주주라인을 새로 짰지만 신뢰회복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신 데는 KMI 측의 책임이 크다. '주주구성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사업이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사업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좋고 계획서를 잘 마련했다고 해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업 성공은 힘들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합격' 판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곱씹어보면 재도전 성공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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