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시민단체의 소액주주운동의 최대 격전지로 알려진 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예상대로 참여연대와 삼성전자 사이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재용(33)씨의 이사승진과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등 첨예한 공방전이 전개됐다.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오전9시부터 열린 이날 제32차 정기주총은 위임장을 받아온 참여연대 소속 35명을 비롯한 527명의 주주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7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등 주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측은 이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곳곳에 삼성계열 민간경비업체 에스원 소속 경비원들을 배치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웠다.
주총은 시작된 지 20여분 동안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제기하면서부터 급격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장 위원장은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하나하나씩 답변을 하면서 회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자 일부 주주들이 "시간 없다, 빨리 하자"며 소리를 지르는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특히 참여연대측이 '삼성자동차로 인한 삼성전자의 손실'의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자 삼성측은 이를 황급히 제지하는 등 한때 소란이 일어났다.
특히 이날 주총은 삼성측이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주주들이 시간대별로 교체를 하면서 상대방(참여연대)에 고함을 지르거나 주최측의 주장에 무조건 박수를 치는 등 삼성측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날 재용씨의 이사 승진 문제를 놓고 삼성과 참여연대간 고성은 계속 이어졌다.
김귀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에 과장이 1만1,600명이고 과장이 되려면 7년 정도 걸린다"면서 "입사 이후 유학만 다녀온 재용씨가 이들을 제치고 어떻게 바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냐"며 재용씨의 실제 근무시간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윤종용 부회장이 "가끔 출근한다"고 말하자 총회장은 일시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이어 "인사는 경영 판단인 만큼 외부에서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며 "모토롤러ㆍ포드ㆍ도요타 등 선진 외국기업들도 2, 3세들이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의 사회를 맡은 윤 부회장은 참여연대측의 질문이 계속되자 "정회를 할테니 나하고 붙자"고 불만을 드러내자 참여연대측은 "왜 반말이냐"며 맞고함을 쳤다.
삼성전자 주식을 수년간 보유했다는 한 주주는 "언제까지 초등학교 학급회의만도 못한 총회를 할 것이냐"면서 "주총도 선진기법을 도입해 좀더 세련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