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고온온도계측기를 공급하고 있는 A사의 대표는 지난해 6월 포스코를 방문,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어렵게 여겨졌던 포스코 자재구매실 간부가 협력업체의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으로 포스코에 수익이 나면 그 절반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A사를 비롯, 포스코와 ‘이익공유(benefit sharing)’ 협약을 맺은 12개사는 이렇게 해서 지난해 6개월동안 50억원 가량 순익을 더 냈다. 윤용원 포스코 자재구매실장은 “협력업체도 포스코의 공동체”라며 “포스코가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협력업체 경쟁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월 국내 20여 협력업체의 대표와 함께 미쓰비시 자동차를 방문, 협력업체 제품을 소개했다. 미쓰비시측은 “한국에 이런 업체와 기술이 있는 줄 몰랐다”며 협력업체의 제품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창기 현대모비스 해외수출기획부 차장은 “협력업체의 비즈니스가 곧 우리의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간 경쟁의 패러다임이 ‘기업 네트워크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업경영 환경과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부문의 관련성이 복잡해지고, 각 부문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잘나가는 대기업도 독자 생존보다는 초일류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기업의 네트워킹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간 네트워킹 구축의 1차 대상은 대기업과 관련 중소 협력업체다. 일부 대기업은 중심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인식이 단기 수익을 ‘짜내는’ 대상에서 함께 성장해야 할 ‘동반자’로 달라지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SK텔레콤은 전담조직으로 ‘BR(business relation)팀’을 운영중이며 삼성전자ㆍ포스코 등은 구매팀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애로를 처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 아래 올해 대ㆍ중소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간 네트워킹 구축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2일 대ㆍ중소기업 공동기술개발 사업 등에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올 해 산업정책의 초점은 대ㆍ중소기업 협력을 통해 기업 네트워크간 경쟁에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기업 내 중소기업 지원 전담조직 설립을 대ㆍ중소기업 협력의 관건으로 보고 대기업 전담조직의 인건비ㆍ운영비에 대해 세제지원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