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사꾼’ ‘금융개혁의 전도사’ ‘시장 수호자’ ‘자칭 촌놈’
다양한 별명과 함께 금융계를 주도했던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결국 “오는 2006년 아름답게 은퇴하겠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 행장은 광주제일고,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지난 69년 조흥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한 후 35년 동안 금융인으로 은행ㆍ증권계를 망라하며 이름을 날린 ‘스타 금융맨’이다.
김 행장은 조흥은행과 대한투자금융을 거쳐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80년 34세에 상무가 됐다. 82년부터 동원증권 상무ㆍ전무ㆍ부사장를 거쳐 97년에 사장을 역임하고 98년에는 증권맨 최초로 주택은행장으로 떠오른 후 2001년 통합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김 행장의 경영스타일은 기존 금융기관 경영자들과 여러모로 달라 주목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은행장들이 보수적이고 잘 드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김 행장은 ‘스톡옵션’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미국 월가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금융가에 선보였다.
김 행장의 ‘주주 자본주의’는 특히 외국인 주주들과 시장으로부터 각광을 받으며 주택은행장에서 국민은행 통합행장으로 급부상하는 영예를 안겨줬다.
이른바 ‘시장 수호자’라는 별명까지 달게 됐지만 합병 후 수익성 극대화라는 기치 아래 외부 출신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기존 주택ㆍ국민은행 출신으로부터 불만을 사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LG카드 처리과정에서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장으로서 자금지원ㆍ증자 참여를 거부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카드합병에 따른 변칙회계 위반으로 국민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던 ‘뱅커’ 김 행장은 이번 징계로 금융기관 취업이 3년간 제한되면서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경기도 화성 소재 주말농장의 조용한 ‘농사꾼’으로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