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지난해 병행수입된 10대 명품 브랜드의 수입액만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이나 나이키ㆍ샤넬 등은 한국지사의 국내 공식수입원을 거치지 않고 수입하는 제품 가운데 가장 많았다. 더욱이 외국여행을 갔다가 국내외 가격차이를 노려 명품 핸드백을 구입해 들어오거나 불법으로 대리 반입하는 사례도 9만여건에 달했다. 한국이 명품에 취해 있다는 얘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15일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병행수입물품 정식통관 인증을 받은 69개 브랜드 가운데 상위 10개 브랜드의 수입액이 지난해 2조6,22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현지 할인점 등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수입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해오다가 수입품 가격 인하를 명분으로 지난 1995년 11월 허용됐다.
병행수입이 많은 제품은 모두 명품이었다. 루이비통은 병행수입액이 4,74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나이키(4,652억원), 샤넬(4,296억원), 구찌(2,522억원), 카르티에(2,052억원), 아디다스(2,038억원) 등도 모두 2,000억원을 넘었다. 중ㆍ고교생의 폭발적 인기를 얻는 노스페이스도 병행수입액이 1,583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병행수입 상위 10개 브랜드가 모두 사치성 소비재"라며 "병행수입물품 정식통관인증제도가 수입업자의 편의만 봐주고 부유층의 소비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재테크나 세금회피 목적으로 명품을 불법 수입하려다가 적발된 사례도 급증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면세범위(미화 400달러 이상)를 초과하는 명품을 들여오다 공항과 항만에서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 9만여건에 이르렀고 과세액만 139억원이나 됐다"고 말했다. 면세범위 초과물품 가운데는 명품 핸드백의 적발 건수와 과세액이 3만8,000건, 94억원으로 2010년보다 각각 31%, 33% 급증했다.
이 의원은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가를 올리는 바람에 외국 판매가격과의 격차가 커지자 재테크ㆍ세금회피를 위해 명품을 불법으로 대리 반입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불법 대리반입 적발 건수는 지난해 81건(과세통보액 2억원)에서 올해 1~8월 194건(5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핸드백의 경우 56건, 1억3,400만원에서 올해 145건, 3억3,200만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