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불붙은 석탄세 전쟁] 국회 "세부담 적게 열량단위로" 정부 "무게로 하되 탄력세 차등"

기재부 "탈세 우려 … 과세방식 부분보완" 제안에

여야 "미흡하다 … 2월 국회서 논의" 사실상 반대



석탄의 한 종류인 발전용 유연탄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일명 '석탄세'가 전기료 추가 인상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둘러싼 행정·입법당국 간 세금전쟁이 시작됐다.

여야는 현행 과세방식으로는 전기료 인상률이 정부 예상치인 2%를 훨씬 웃돌 수 있다며 근본적인 과세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부분적인 과세방식 보완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17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유연탄 1㎏당 무조건 24원(탄력세율 적용시 18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현행 석탄세 부과방식을 일부 보완하는 내용의 시행령 등을 이르면 이달 하순 중 입법예고하기로 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의 다수 의원들은 2월 국회에서 또 다른 대안을 논의하자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입법예고 내용은 석탄세를 ㎏당 무게기준으로 매기는 현행 틀은 유지하되 탄력세율은 석탄 열량을 기준으로 2단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탄력세율 구간을 2단계로 나누게 될 기준열량에 대해 발전업계는 1㎏ 5,000㎈로 할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고 기재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쉽게 말해 똑같은 무게의 유연탄이라도 발전소에서 1㎏을 태웠을 때 5,000㎈ 이상의 열량이 나오는 고열량탄이면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5,000㎈ 미만 열량의 저열량탄이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 받게 된다.

이 같은 차등과세는 기본적으로 유연탄의 열량 품질과 수입가격이 생산지마다 제각각인 탓이다. 인도네시아·러시아·몽골 등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은 수분과 휘발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1㎏을 태워도 보통 4,000㎈ 초반대~5,000㎈ 후반대 밖에 내지 못한다.

그 대신 저열량탄은 값이 싸다. 반면 호주 등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은 고열량탄이어서 똑같은 무게에서 최대 6,000㎈대까지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만큼 1㎏당 열량은 저열량탄보다 높다.

발전사들은 평상시에는 가격이 저렴한 저열량탄을 많이 섞어 써왔다. 똑같은 용량을 전기를 생산하려고 해도 고열량탄에 비해 저열량탄은 더 많은 양을 태워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싸 총 비용 면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수요가 몰려 급격히 전기를 많이 만들어야 할 때는 비용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열량탄 비중을 높여 발전효율을 높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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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초의 정부 방침대로 중량 단위를 기준으로 석탄세를 매기면 똑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무게를 태워야 하는 저열량탄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열량탄보다 더 치솟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발전사들은 굳이 효율이 나쁘고 불순물로 인해 설비를 고장낼 가능성이 높은 저열량탄을 선호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호주산 등 고열량탄 수입을 한층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고열량탄에 수요가 몰리면 그만큼 해당 탄의 국제시세가 오르게 되고 이는 발전비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료를 한층 끌어올리게 된다.

국회 기재위 소속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정부안에 반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정부가 열량에 따라 탄력세율 등을 2단계로 구분하는 보완책을 제안했지만 미흡하다는 게 기재위원들의 반응이다.

이에 따라 국회 기재위에서 정부에 역제안할 보완책은 석탄세 과세기준을 무게(㎏)가 아닌 열랑단위(㎈) 기준으로 세분화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재위원 측 관계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첫째는 아예 1㎈당 세금을 얼마씩 매겨 열량에 완전히 비례해 부과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열량 구간을 정부가 제시한 2단계 구간보다 더 촘촘하게 여러 구간으로 나눠 다단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1,000㎈당 4원씩'의 단일비례세율로 과세하든지 '4,000㎈ 이상~4,500㎈ 미만은 3원, 4,500㎈ 이상~5,000㎈ 미만은 3원50전, 5,000㎈ 이상~5,500㎈는 4원'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열량이 낮은 저열량탄일수록 세부담이 낮아져 전기료 인상요인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열량단위 과세로 하면 업체들이 수입할 때 열량을 실제보다 낮게 속여 탈세할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위원들은 오히려 열량단위 측정이 더 탈세할 우려가 낮다고 반박한다.

석탄의 열량측정은 제3의 공인기관이 석탄을 배에 싣고 내릴 때마다 각각 실행하므로 국제적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반면 배에서 무게를 재는 것은 배 표면에 일종의 홀수선을 두고 물이 홀수선 기준으로 얼마나 잠기느냐를 대중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부정확하다는 의견이다. 영국도 무게가 아닌 열량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여야의 주장대로 할 경우 상대적으로 전기료 인상 요인은 경감되지만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을 자신하기 어렵고 정부안은 현실적인 안이지만 그만큼 전기료 인상 부담이 더 커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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