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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 사이에 즉각 퇴진을 놓고 격한 대립이 일고 있다. 고승의 이사 등 일부가 퇴진을 발표한 반면 일부 사외이사들은 당국의 압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든 것이다. 당국은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김영진 사외이사 등이 반드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 KB와 당국 간의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들이 끝내 중지를 모으지 못할 경우 KB의 LIG손해보험 인수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 이사회는 5일 경영전략위원회를 열고 5시간에 걸쳐 LIG 손보 인수 문제 및 사외이사들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사회는 회의 직후 내놓은 자료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이 결론 도출에 실패한 것은 상당수 사외이사가 8명의 일괄사퇴를 주장했지만 김영진 사외이사 등 2명이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날 사외이사들이 전원 용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이날 위원회 직후 고승의 사외이사만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나머지 사외이사 중 일부는 오는 12일 이사회 이후 퇴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함께 전원이 퇴진하자는 의견을 놓고 격렬히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호 KB 사외이사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합의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당국의 압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사외이사들이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KB와 당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 대부분은 즉각 사퇴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KB 이사회가 개편되지 않는 이상 지배구조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 가운데 리더격인 김영진 이사 등은 반드시 즉각 퇴진해야 한다"며 "이들이 퇴진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의 거취 표명은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당국 안에서는 이들 핵심 사외이사가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검사를 통해 반드시 사퇴를 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사회가 이처럼 파행을 빚으며 KB의 LIG손보 인수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게 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인수 승인 여부를 결론 짓겠다고 밝혔으나 현 상태라면 당국이 인수 승인을 해줄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 만약 KB의 LIG손보 인수가 실패할 경우 사외이사들을 설득하지 못한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김영진 이사 등과 따로 만나 대국적 견지에서 당국의 사퇴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막판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