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네자릿수에 안착, 1,010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상승 호재가 별로 없는데도 급등한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외환딜러들은 역외세력이 환율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그 배경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현재로서는 추가 상승이 우세한 분위기이며 전고점 테스트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전망과 어긋난 환율상승=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7원 급등한 1,009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20일 1,01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급등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주변 여건상 크게 오를 상황이 아니기 때문. 실제 3월 중순 환율폭등세의 원인이었던 변수들은 상당 부분 위력이 약해진 상태다. 우선 3월 경상수지 및 4월 무역수지의 적자폭이 예상치보다 감소, 달러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도 완화되는 조짐이다. 국내 역시 증시가 상승하고 외국인이 가세하면서 달러공급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은 2일 1,300억원가량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도 끝난 터라 강한 달러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역외세력은 최근 2주간 달러 매집에 나서면서 환율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역외세력의 매수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분히 기술적 매수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4월 초 배당금 송금이 끝나면 통상 빠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매도분을 다시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점도 외국인의 매수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역외세력은 펀더멘털 논리에 상관없이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플레이가 통한다는 것은 시장에 그만큼 매물이 없다는 의미”라며 “특히 이날 조선사 등 업체 참가자들의 샌드위치 휴무로 공급물량이 나오지 않은 점도 환율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방향은 위쪽…전고점 테스트도 가능할 듯=당분간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3일간 1,000원대 종가를 지켜내는 등 환율이 기술적으로 탄탄하게 다지는 모습을 연출했다”며 “방향성은 위쪽이 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990~1,000원 밴드가 뚫리면서 상승세에 무게가 강하게 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3월 1,030원 부근의 전고점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팀장은 “현재 차트상으로 보면 1,020원까지는 갈 것으로 보인다”며 “분위기가 과열되면 3월 폭등장세를 재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의 변수만으로 1,030원 돌파는 어렵지만 지난번 1,000원을 돌파하면서 투신권의 헤지 수요,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 등이 가세했던 것처럼 1,020원이 넘어서면 순식간에 전고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환헤지용 통화옵션에 물린 수많은 수출업체들이 환율이 급등할수록 은행권에 지급해야 할 달러수요가 늘어나는 요인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라는 게 정 팀장의 설명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환율 담당 임원도 “역외 펀드에서 워낙 많이 사고 있어 전고점 터치도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