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는 연말인사로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해외파를 더욱 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올해는 고유가와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실적부진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대대적인 ‘승진잔치’를 벌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의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그룹이 이달 초 일제히 오는 2006년 임원인사를 위한 계열사 실적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그룹의 주요 계열사 관계자들에게 초기평가 상황을 점검해본 결과 새해 인사에는 고유가와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실적부진 여파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와 같은 대대적인 승진잔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젊고 실력 있는 인물을 전진 배치하는 ‘세대교체’ 흐름이 더욱 빨라지고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해외파의 중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그룹별로는 삼성이 다음달 중순까지 경영진 실적평가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삼성의 경우 환율하락ㆍ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와 같은 승진잔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일부 계열사별로 올해 영업실적에 대한 책임과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강화 차원에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비정기 인사를 수시로 단행하며 그룹 경영 시스템을 보완해왔다는 점에서 내년 초로 예정된 정기인사 때는 정례적인 규모의 승진만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세대교체를 가속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임원인사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LG는 이르면 다음달 2006년도 임원인사를 각 계열사별로 단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계열사 사업실적 평가에 착수했다. LG는 올해 초 140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며 대대적인 ‘실적 승진잔치’를 열었으나 이번에는 승진 임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그룹 가운데 SK(내년 3월 예정)는 상대적으로 승진인사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소버린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데다 주력 계열사들인 SK㈜와 SK텔레콤ㆍSK네트웍스 등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한화는 다음달 초 인사기본안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는 지난해 남영선 ㈜한화 화약총괄담당 사장과 정승진 ㈜테크노밸리 사장, 조창호 한화종합화학 사장 등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임원을 대거 발탁했던 만큼 이번 인사내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상경영위원회가 경영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안정에 역점을 두는 가운데 임원들의 승진 인사는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가 있었던 여파로 올해는 기업들마다 상대적으로 승진할 자리가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여기에다 고유가와 환율변동의 여파로 실적마저 나빠져 이번 인사에서는 아무래도 잔치 분위기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