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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 번쩍 땐 망막 이상 위험신호… 정확한 검사부터 받으세요

눈앞에 날파리 날아다니는 '비문증' 놔둬도 괜찮을까?

노화로 인한 단순 비문증 많지만 망막 손상일 땐 레이저 시술 등

적극 치료해야 시력 회복 가능

증상 관리하고 예방하려면 비타민C 풍부한 과일 섭취를

한 남성이 안과검진을 받고 있다. 중장년층에 발생할 수 있는 비문증은 노화가 원인일 경우 자연스럽게 놔두면 되나 증상이 심해질 경우에는 망막 손상을 의심하고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서울경제DB


주부 김지숙(56·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눈앞에 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이 생겨 신경이 쓰였다. 걱정이 돼서 안과를 찾았더니 '노화로 인한 단순 비문증'이라며 좀 더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반면 회사원 박모(52)씨는 눈앞에 검은 점 같은 것들이 어른거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어느 날 여행을 다녀온 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이 생겨 인근 대학병원 안과를 찾았다. 박씨는 망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비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받았다.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날파리증'이라고도 불리는 비문증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단순 노화와 망막 손상으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11만3,030명이던 비문증 환자 수는 2012년 17만2,084명으로 5년 사이에 50%가량 증가했다. 그중 50대가 31.5%, 60대가 31.1%로 비문증 진료 인원의 10명 중 6명이 50~60대 장년층이었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은 "망막 이상으로 인한 비문증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나 노화로 인한 단순 비문증은 오히려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비문증은 눈앞에 마치 먼지나 벌레 등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증상이다. 시선을 두는 곳으로 이물질이 함께 따라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부터 노화 현상의 하나로 나타나지만 근시가 심한 경우 청년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 눈 속에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투명한 겔 모양의 유리체가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 일부가 변성되고 혼탁해져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일부를 가린다. 이때 망막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눈앞에 뭔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노화로 유리체가 두꺼워지고 오그라들어 덩어리지거나 주름이 생기면서 부유물을 형성돼 비문증이 발생한다.

비문증 현상을 카메라 원리에 비유한다면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통과한 사물의 빛이 렌즈 뒤편 먼지가 낀 공간(유리체)을 통과하면서 상이 맺히는 필름 역할의 망막에 먼지의 잔영이 생겨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외에도 당뇨병에 따른 혈관성 망막 질환과 염증, 유리체 액화와 변성으로 인한 망막 열공, 망막 박리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문증이 생기면 까만 점같이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외에도 실오라기나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시야에 까만 점과 실, 먼지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며 특히 맑은 하늘이나 흰 벽 등을 볼 때 더 느끼기 쉽다.


경우에 따라 눈을 감아도 보이거나 눈앞에 작은 점에 자꾸 신경을 써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을 호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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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노화로 인한 비문증은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에 익숙해지고 신경을 쓰지 않아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눈앞에 작은 점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무시하면서 적응해가는 것이 좋다. 눈앞에 떠다니는 물체에 자꾸 신경을 집중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안되고 정신건강에도 나쁘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레이저 등을 이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부유물을 작게 부수거나 흐트러뜨려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망막에 충격을 줘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부유물이 깨져 오히려 숫자가 더 늘어나면 불편함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박 원장은 "노화로 인한 단순 비문증을 진단받았을 경우 무조건 시술을 요구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떠다니는 물체를 무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떠다니는 물체가 커지거나 많아져서 시력 장애가 심하면 적극적인 치료(유리체 절제술)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날파리증을 일으키는 후유리체 박리 자체가 노화 현상의 하나인 만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비문증 자체는 대개 시력 장애를 나타내지 않지만 예민한 사람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때는 시일이 경과해 혼탁이 없어지거나 적응이 될 때까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갑자기 부유물질 수가 늘어나 물체가 여러 개 떠다니거나 번쩍이는 섬광이 나타나고 커튼이 가린 것처럼 한쪽이 어둡게 보일 경우 망막 문제를 의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 노화가 아닌 망막이 파열돼 생기는 망막 박리, 망막 열공 등의 대표적 전조 증상이기 때문이다.

당뇨망막병증 같은 질환으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약을 투여하고 레이저로 치료를 받는다. 포도막염에 따른 염증 반응으로 유리체 혼탁이 발생했을 때는 스테로이드제로 염증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망막이 손상됐을 경우 레이저 응고술과 냉동법 등으로 구멍 난 망막 주변에 인공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메꾸어주는 시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조기 치료 시에는 원래의 시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비문증 증세가 나타나면 지나치게 겁을 먹지 말고 먼저 정확하게 원인부터 파악하고 그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중장년층은 식생활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좋다. 귤이나 딸기 등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된 과일이나 양파·양배추 같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박 원장은 "비문증을 유발하는 망막 질환은 주로 노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40대 이후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통해 눈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며 "망막에 문제가 없는 단순 비문증의 경우 편한 마음을 갖고 보이는 물체를 무시하면서, 증상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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