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주택 정책' 발상의 전환을

얼마 전 “내년 이후에나 집을 사라”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의 말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루는 게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주택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내 집 마련을 미룬 수요자들이 다시 일시에 집중되면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 이후 수요자들의 기대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아파트 거래 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시장도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 공급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적정 가격을 찾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거래시장의 침체 양상은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공급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정상적인 수요증가 추세에 따라 주택거래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주택 거래량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수급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불신을 야기했다. 장기적인 주택시장 관리계획의 부재, 수요 증가에 못 미친 공급, 수요 억제를 통한 단기 가격안정책에 대한 반발 등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불안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1ㆍ11대책 이후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어느 정도 주택시장 안정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지만 그동안 단기적인 정책 변수에 따라 주택시장의 가격곡선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고 최근의 거래시장 침체상황도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올해부터는 무엇보다 정부가 계획한 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동산정책을 묵묵히 운영해나가길 바란다. 주택정책은 하루아침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단기적인 대응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실행해나가면서 주택시장과 수요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수요자들도 집을 투자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주택 매입이 고액의 투자인 만큼 재테크 관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집을 가족이 거주할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정착돼야 앞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이 가능하다. 각자의 자금마련 능력과 가족의 주택 필요성 등을 고려해 내 집 마련 시점을 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저렴하게 좋은 집을 구하는 방법이나 타이밍을 조절하는 자세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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