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는 지난 4월 1일 개봉, 324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분노의질주7(사진)'이 세계 역대 흥행 순위 4위까지 오른 이유는 중국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세계에서 총 15억 623만 달러(약 1조6,767억원)를 벌어들인 이 영화의 최대 흥행 국가는 중국으로, 4월 10일부터 한 달여간 6,242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총 3억8,926만달러(약 24억 위안)의 흥행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라는 북미(3억4,923만 달러)의 성적을 뛰어 넘은 것은 물론 영화 총 수익의 25%, 해외수익에서 33%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영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혀를 내두른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억 위안을 흥행 기준으로 삼았던 시장은 현재 편당 20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 영화 제작·투자배급사들이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일 기록 갱신 중인 중국의 박스오피스 =중국 박스오피스는 지난해 기준 약 48억 달러로 현재 북미(103억만 달러)를 잇는 세계 2위 영화 시장이다. 규모로는 아직 북미의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그 성장세는 5년간 17배가 불어날 정도로 무섭다. 실제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은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인데, 중국 국가 최대 명절인 춘절이 있었던 올해 2월 한달 간 중국의 극장 티켓 매출액은 6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북미 매출(6억 4,000만 달러)을 뛰어 넘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4월 1일까지 중국 영화 시장의 극장 매출은 100억 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 매출 1억 위안 시대를 연 셈이다. 이 금액은 2010년 한 해 전체 극장 매출보다 많은 수치다.
3D 영화 시장에서는 이미 북미 시장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보고도 따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객들은 3D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약 22억 달러를 써 약 14억 달러의 3D 영화 매출을 올린 북미를 훌쩍 넘어섰다. 중국 관객의 3D 영화 선호도는 상당히 높아 전체 박스오피스의 44.1%를 차지한다.
◇'10억 달러 클럽' 중국 관객 손에 달렸다=영화 흥행 여부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3~4년 간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 대부분이 해외 수익의 10% 이상을 중국 단일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일례로 2013년 개봉한 아이언맨3는 총 8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수익 중 15%에 해당하는 1억 2,120달러가 중국에서 나왔고, 중국에서 최근 개봉한 '어벤저스2' 역시 매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4년 개봉한 '트랜스포머4:사라진 시대'의 경우 홍콩을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설정하고 중국의 국민 여배우 판빙빙을 섭외하는 등 중국인 맞춤 전략을 선보인 끝에 총 흥행 수익의 28%, 해외 수익의 37%에 해당하는 총 3억2,000만불의 수익을 중국 단일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할리우드 투자배급사들이 중국을 겨냥한 영화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영화 '헝거게임' 제작사로 유명한 라이온스게이트가 올해 1월 후난위성 영화제작 계열사인 TLK필름과 손잡고 1조6,000억원 규모 합자회사를 중국에 설립하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할리우드 스튜디오 레전더리 픽쳐스는 중국 감독 장예모우와 함께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장성'의 제작에 들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북미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로, 문제는 그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라며 "할리우드는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 영화계 역시 중국 시장 맞춤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