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2일] <1180> 몽둥이 정책


‘평화를 위해 큰 몽둥이가 필요합니다.’ 1902년 9월2일, 미네소타 축제에 참석한 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연설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원전은 ‘멀리 가려면 부드러운 말(언어)과 큰 몽둥이를 준비하라’는 서아프리카 속담. 광범위한 독서로 속담에서 우화ㆍ논문까지 자유자재로 끌어다 쓴 루스벨트다운 인용이었으나 연설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권이 거의 없는 부통령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발언이 나온 지 12일 만에 매킨지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루스벨트는 ‘몽둥이 정책(Big Stick Policy)’을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루스벨트는 특히 중남미에 군함을 보내 스페인과 영국ㆍ독일의 영향과 간섭을 받던 쿠바와 베네수엘라ㆍ도미니카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편입시켰다. 파나마 운하도 마찬가지. 루스벨트는 큰 돈을 요구하는 콜롬비아 정부를 배제하고 반란군을 지원해 파나마 공화국을 독립시킨 다음 유리한 조건으로 운하계약을 맺었다. 떠오르는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 최신 전함 16척을 건조해 흰색으로 칠한 후 ‘대백함대’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일주 항해도 강행했다. 루스벨트는 아프리카 속담과 달리 ‘부드러운 언행’ 없이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무연탄노조의 대파업을 몽둥이(군대)를 동원해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광부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용자의 양보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트러스트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기업집중에도 몽둥이를 휘둘렀다. ‘세계의 경찰국가, 미국’의 출발점격인 몽둥이 정책은 외국과 기득권층을 향했던 셈이다. 요즘 재등장하는 분위기인 한국의 몽둥이는 어디를 겨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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