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계부실 위험수위… 더 늦으면 경제위협

■ 가계대출 추가억제 배경·전망대손충당금 상향등 부실방지책 다각검토 '제2의 외환위기는 가계대출에서 온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외부 경제환경 불안과 더불어 국내 가계대출 부문의 위험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대출의 증가속도나 부실화(연체율 증가) 추세가 더욱 심화되기 전에 다양한 조치들을 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 보내고 있다. ▶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 가시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05조8,000억원으로 한달여 만에 무려 6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8월 증가액 5조5,000억원보다 7,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3월의 8조원을 정점으로 7월(4.1조원)까지 계속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8월 이후 두달 연속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9월 말 현재 연체율 역시 1.56%로 전 분기(6월 말)의 1.24%에 비해 0.32%포인트나 높아졌다. 7월(1.61%)과 8월(1.72%)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은행들이 통상 분기 말 결산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연체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11.19%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연체율이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갈수록 증가추세라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부실화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가계대출 억제책 어떤 것들이 있나 정부는 우선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 비율을 70~80%에서 60%까지 낮춘 데 이어 대상지역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비율 인하를 단계적으로 또는 한꺼번에 전국의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담보인정 비율을 추가로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은행권 스스로 가계대출 취급을 자제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현행 50%에서 최저 6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은행은 BIS비율이 낮아져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추가로 높이는 한편 신용카드에 이어 마이너스 대출 등 가계대출의 미사용 약정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담보가치의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은행별로 총액한도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최후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어 이번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도 정부는 이처럼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위험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의 부실원인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97년 외환위기가 기업대출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반면 이제는 가계대출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대출에서 부실이 생기면 공적자금 투입 또는 퇴출 등을 통해 사후처리가 가능하지만 개인 부문의 부실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따라서 미래의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 모든 대책이 그렇듯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의 중심축에 가계대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충격적인 요법을 사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택담보비율 인하 대상지역의 전국 확대 등을 포함한 모든 대책에 대해 개별적으로 시장의 충격 등을 사전 점검해보는 한편 관련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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