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대형화 막는 글로벌 기준 역행… 개인·기관 떠나 오히려 시장 죽일 판

■ 금융위 파생상품 시장 발전 방안

금융투자업계 "발전 아닌 고사방안" 강력 반발

"증권·선물·은행 모두 수혜 판단은 너무 이상적"


금융위원회는 17일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자마자 이번 조치가 은행의 유동성을 끌어들여 파생상품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개인투자자의 건전한 투자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은행은 국고채 보유규모가 152조원(36.5%)으로 증권사(43조원·10.5%)보다 많고 장외파생상품거래 경험도 풍부하다"며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은행이 시장에 참여했을 때 파생상품시장의 규모가 30%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와 증권사와 선물사·은행 등 모든 투자자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개인투자자가 파생상품 계좌를 개설할 때 투자목적과 직업정보·재산보유액·세금현황 등을 따져 지점장이 승인을 하고 영국도 교육지식이나 경험 등을 수집해 금융사가 판단해 투자를 허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들에 대한 국내 파생상품 규제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발전방안이 아니라 고사방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행에 20년 장기국채선물과 미국달러선물 매매거래가 허용되고 5년 안에 3·10년 국채선물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 월등한 매매경쟁력으로 증권사가 갖고 있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학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은행들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들의 결제정보와 투자정보·채권발행정보 등의 정보를 과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증권·선물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데다 내부자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은 은행의 대형화를 막는 글로벌 기준과도 어긋난다고 봤다. 미국은 은행의 대형화를 막는 볼커룰 적용을 앞두고 있다. 볼커룰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은행 등 예금수취금융기관은 자기자본을 이용한 장내파생상품 거래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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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금융위는 미국 은행들이 국채 선물 등 자기매매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스와프거래와 헤지거래에 한하는 예외적인 조항"이라며 "세계 주요국가들은 상업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쪽으로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선물회사도 이번 조치로 경영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4~12월) 선물회사 7곳의 당기순이익은 34억원으로 2012년(104억원)에 비해 67.3% 이상 줄어들었다. 은행이 지난해 선물사에 지불한 위탁거래수수료는 212억원, 수익은 96억원(국채 80억원·외환16억원) 규모다.

한 대형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선물사들은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은행 위탁매매 관련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증권사와 선물사 모두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 허용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은행이 시장에 진입해도 개인투자가들이 빠져나가 파생상품시장의 전체 규모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2011년 선물거래에서 개인의 거래량이 전체 25%에서 2014년 18%까지 줄었고 같은 기간 금융투자업체들도 39%에서 33%까지 줄어들었다"며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개인의 유동성이 나가면 같이 나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과 더불어 기관의 거래량도 급감할 우려가 있고 은행의 참여로 시장이 커져 증권·선물·은행 모두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판단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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