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노사의 2차 교섭도 결렬된 가운데 파업후 출근 첫날을 맞은 2일 아침 전국의 열차 운행과 수도권 전철 운행이 파행을 빚으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이날 각급학교들이 일제히 입학식과 개학을 해 수도권 전철역을 중심으로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열차운행 횟수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친 가운데 일부 역에서는 열차가 30∼40분 가량 운행되지 않아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은 물론 입학식과 개학을 맞은 각급학교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일부 시민은 열차를 기다리다 못해 버스나 택시를 타기 위해 서둘러 역을 떠났으며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 출ㆍ퇴근하는 시민이 몰려 이른 아침부터 평소보다 붐볐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측은 일반사무와 관제업무 담당직원까지 총 동원해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퇴직 기관사를 투입하고 철도 파업의 영향이 큰지하철 1호선 주변으로 출ㆍ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운행을 증편키로 했다.
◇ 개학ㆍ출근 `발만 동동' = 이날 아침 서울지하철 1ㆍ3ㆍ4호선 일부 구간에서열차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과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철도공사는 수도권 전철의 이날 하루 운행횟수가 1천58회로 평소 운행횟수(2천28회)의 약 52%에 머물 전망이라고 말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출근 시간대에 열차가 집중 투입됐지만 운행횟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배차 간격이 평소 2∼3분에서 20∼30분까지 늘어나 `지각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신도림역 등 각 지하철역에는 도착 열차의 위치와 탑승장소를 알리는 전광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열차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가 번갈아 운행하는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의 경우 철도공사측 파업으로 평소 운행비율의 80%가 감소한 가운데 서울 메트로가 운행횟수를 20% 증편했지만 운행지연으로 승객이 계속 정체되고 있다.
종로3가역 역무실 관계자는 "서울메트로가 20% 가량 증편을 했지만 1호선 구간에서 평소 2∼3분의 배차간격이 이론상으로 6분 정도에 달하고 실제로는 사람이 워낙 많이 몰려 20∼30분 정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1호선 외곽 구간에서도 열차운행 지연으로 남영∼인천 구간도 배차간격이 평소2∼3분에서 5∼10분으로 늘어났고 신도림역 등 환승역에서는 출근길 시민이 몰려 열차가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했다.
의정부를 출발해 수원과 천안으로 바로 가는 열차는 아예 편성이 되지않아 용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인천 방면은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철도도 파업 여파로 이날 아침 6시 현재까지 KTX 운행횟수는 5회에서 3회로 줄었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도 23회에서 7회로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못했다.
이 같은 철도와 전철 상황 때문에 수도권 지역으로 출ㆍ퇴근하는 시민들은 고속버스 터미널로 몰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는 오전 9시 경부선과 영동선 이용 승객이4천400명으로 평소(2천800명)보다 50% 가량 증가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1ㆍ3ㆍ4호선 운행을 1일 50회(810회→860회) 늘리고 퇴직 기관사 66명을 철도공사에 파견했으며, 출ㆍ퇴근 시간대 시내 버스 운행을 8~17% 증편했다. 수도권 거주민을 위해 막차 시간도 현재의 밤 12시에서 오전 1시로 연장했다.
◇ 항의전화 `빗발' = 아침 출근길 철도와 열차운행이 지연되면서 각 역무실에는 배차간격 등 열차운행 여부를 묻는 항의성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승객은 20∼30분씩 열차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다 분통을 터트리며 끝내 발길을 돌려 버스나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종로3가역 역무실 관계자는 "어제 저녁 이후 열차가 정상 운행되는지 묻는 전화가 30여통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항의전화가 계속된다"며 "대부분 `업무를 이렇게태만히 보느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욕하다 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역에서는 노숙자 차림의 사람이 `파업을 멈추지 않으면 열차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림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회사원 이유미(24ㆍ여)씨는 택시승강장으로 향하면서 "인천행 열차를 20분 넘게 기다렸는데도 안 와서 발만 구르다 택시를 타러간다"며 "도로도 막힐 텐데 오늘 지각할 것 같아 회사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성북역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양모(27ㆍ여) "9시까지 출근인데 지각이다. 철도공사 노사가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 시민에게 이렇게 불편을 줘서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각한 회사원 중에는 회사에 제출할 지연증명서를 끊으려고 역무실을 방문하는경우도 있었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대학생 김은영(22ㆍ여)씨도 "열차시간 맞춰 나왔는데 결국열차를 놓치고 15분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이 개강 첫날인데 첫날부터 본의 아니게지각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7)씨는 장기 파업을 우려해 "예전에 보면 지하철과 도시철도랑 번갈아 가면서 파업을 하던데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철도는 공공성이큰 만큼 노조가 더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