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덕적 선진국의 척도

세계 최대 갑부이자 기부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매년 10억달러 이상씩 개인기부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300억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의 갑부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85%에 해당하는 370억달러(약 35조원)를 빌 게이츠 회장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 우리는 선진국과 같은 정치ㆍ경제제도와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해서 선진국 문턱에 와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무형자산’ 축적은 아직 일천하기 그지없다. 정신적 무형자산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기부문화와 자원봉사 활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부 규모는 경제 규모나 국가 위상을 감안했을 때 너무나 저조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기부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정도인 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부 규모는 GDP의 0.26%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개인기부가 매우 취약하고 법인기부 비중이 매우 높다. 하지만 법인기부는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개인기부에 비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현대ㆍ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각각 8,000억원과 1조원의 사재를 털어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앞뒤 정황을 따져보면 이를 순수한 의미의 개인기부로 보기는 어렵다. 자원봉사 활동에 있어서도 우리 국민들의 참여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 국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5%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열악한 국민의 사회공헌 활동은 우리가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에 대한 민간의 역할이 미약할수록 국가가 과다한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부 규모를 GDP 대비 2%까지 끌어올리면 그 금액이 30조원에 달하고 연간 자원봉사 활동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약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곧 기부와 자원봉사가 활성화되면 증세를 하지 않고도 복지 지출 수요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도덕적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국민 모두가 개인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