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에서는 요즘 미래 에너지 투자보다 더 시급한 과제로 원유 및 가스자원 확보 노력을 꼽는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최근 “배럴당 50달러선에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유전들이 세계에 널려 있다”면서 “요즘 이런 유전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 있고 주가가 10분의1로 떨어진 유전 보유회사들이 많은 만큼 유전 추가확보와 유전 보유회사 지분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유가 상황은 유전 확보의 찬스로 작용한다. 자금난에 몰린 유전 주인들이 내놓은 매물을 사두면 고유가 상황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ㆍ쉘ㆍ셰브런 등은 올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각각 290억달러ㆍ310억달러ㆍ230억달러의 투자예산을 예정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이 돈의 대부분이 석유ㆍ가스자원 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자원확보의 호기로 보고 국영석유회사를 앞세워 자원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SINOPEC)은 최근 캐나다 석유ㆍ가스업체인 탕가니아오일을 15억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2월 한달 동안 중국이 자원확보에 쏟아부은 돈만도 630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국내 정유사들도 정유사의 틀을 벗어나 자원을 보유한 종합석유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나 역량 면에서 부족한 실정이다.
SK에너지는 현재 17개국 34개 광구에서 원유를 생산하거나 탐사를 진행 중이며 2008년 기준으로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16%를 자원개발이 차지한다. 유가가 하락한 올해 1ㆍ4분기에도 영업이익의 15%을 이 부분에서 일궈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 영업이익률은 60%대로 정유 부문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됐지만 올해도 자원개발 투자를 지속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도 2003년 셰브런으로부터 캄보디아 블록A 광구 탐사권의 15%를 사들이면서 자원개발에 진출한 이래 태국ㆍ베트남 등에서 석유자원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GS칼텍스의 지주회사인 ㈜GS도 인도네시아ㆍ예멘ㆍ카자흐스탄ㆍ이라크 등에서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이외에도 동남아ㆍ중동ㆍ독립국가연합(CIS) 등지에서 추가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하루 정제능력인 79만배럴의 10%까지 자체적으로 원유를 조달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