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시장성 수신 확대가 여의치 않자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은행의 자금조달 창구는 크게 창구 지점을 통한 예금과 은행채 발행 등 자금시장을 통한 시장성 수신으로 나뉜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외화 시장에서 원화 자금시장 수급까지 무너지면서 은행권 조달의 한 축인 시장성 수신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은행권이 시장성 수신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고금리 창구 예금 판매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갈수록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연 7%대의 특판 예금을 통해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9조5,957억원이나 늘어났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이 3조7,354억원이나 늘었고 신한은행은 2조8,548억원, 우리은행은 1조6,095억원이나 증가했다. 외환은행은 1조624억원, 기업은행은 3,622억원 불어났다. 반면 국민은행은 286억원 감소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지점장 전결금리나 본부 승인 금리로 연 7%대 중반까지 예금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예 일반 고객을 상대로 이달 말까지 만기 6개월 예금에 연 7.19%를 적용해주고 있다. 은행권의 특전금전신탁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특전금전신탁의 경우 이달 들어 14일까지 4조1,047억원이 증가했다. 전달에 2조5,276억원 감소했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탁금에서는 이 기간 1,073억원이 순유출됐고 환매조건부채권(RP)에서도 2조3,996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만큼 은행들이 정기예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에 대한 우려로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채 잔액은 대부분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채를 아예 발행하지 않아 3,571억원 감소했고 ▦신한은행 1,500억원 ▦외환은행 340억원 ▦국민은행 557억원 줄었다. 기업은행은 중금채 잔액이 6,236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국고채 금리도 내려갔지만 AAA 등급 3년 만기은행채 금리는 9일 연 7.75%에서 15일 연 7.81%로 0.06%포인트 올랐다. 은행채와 국고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2.63%포인트로 집계를 시작한 2000년 11월 이후 최대로 커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돈맥경화' 현상으로 고금리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조달자금이 갈수록 단기화되면서 운용 부문과의 미스매칭 현상도 심화되고 있어 향후 은행의 자금운용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화 유동성에 이어 원화 유동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CD나 은행채의 경우 거의 발행을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서 유동성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