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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클린룸'엔 티끌도 못들어가게 통제
입력2010.04.15 17:43:20
수정
2010.04.15 17:43:20
27면만에 공개<br>기흥 공장내 필기도구도 반입 안돼 '엄격 관리'<br>공정 상당부분 자동화… 직원들 찾아볼수 없어<br>조수인 사장 "제조공정·설비 배치는 영업비밀"
| 15일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 라인 공장을 27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D램 반도체 1위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이곳은 최첨단 시설에 연필 등 기본 취재도구도 못 갖고 들어갈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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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안 하셨죠? 자외선차단제도 바르시면 안됩니다."
15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사업장 제 5라인의 '클린룸'에 들어가기 위해 탈의실에 들어서자 현장 여직원이 기자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클린룸'은 티끌 하나도 들어가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되는 곳이다. 이 날 삼성전자는 지난 1983년 국내 최초로 기흥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한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이곳을 공개했다.
출근 전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기자는 화장실에 가서 물로 씻어낸 후에야 탈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는 물론이고 취재를 위한 종이와 펜도 반입이 불가능하다. 보고 들은 것을 최대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속옷만 입은 채 탈의실에 비치된 속바지를 입고 1차 장갑을 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상하의가 붙은 일체형 방진복(먼지를 막기 위한 작업복)을 입었다. 클린룸 전용 신발을 신고 2차 장갑까지 착용한 후에야 클린룸에 들어갈 준비가 끝났다.
이번엔 클린룸에 들어가기 위해 소독을 할 차례. 클린룸 입구에서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에어샤워를 했다. 무색무취의 약한 바람이 30초간 나오더니 클린룸의 문이 열렸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태동한 기흥 반도체공장이 그 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다가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5라인은 지난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8인치(200mm) 웨이퍼(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얇은 원 모양의 판)를 도입한 곳이다. 초기에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생산하다가 1997년 이후 정보저장 기능이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LSI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일부 직원들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후 발병 원인이 작업환경에 있다는 의혹이 지속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 언론에 제조공정을 공개했다. 5라인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직원들이 근무했던 3라인과 설비 및 공정 등이 가장 유사한 라인이라고 삼성전자측은 설명했다. 3라인은 지난해 3월 LED라인으로 변경됐다.
5라인은 설립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클린룸 내부 통로가 좁아 여러 명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오퍼레이터라고 불리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각 공정마다 웨이퍼를 담은 런 박스(Run Box)를 수레를 끌어 이동시켰고 그때마다 기자는 통로벽에 붙어 이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클린룸에서는 핵심공정을 차례로 볼 수 있었다. 웨이퍼에 산소가스로 절연막을 만드는 확산공정에서부터 웨이퍼에 반도체 패턴을 만드는 포토공정→원하는 모양대로 잘라내는 식각공정→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클린공정→부도체인 실리콘에 이온을 주입해 반도체 성격을 주는 이온주입공정→웨이퍼에 보호막을 입히는 CVD 공정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반도체 생산라인은 제조공정 뿐 만 아니라 설비장치들을 어떻게 배치했는지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는 기억하지 말아달라"면서 웃었다.
5라인에 이어 S1라인을 둘러봤다. 지난 2004년 4월 세워진 S1라인은 처음부터 시스템LSI 전용 라인으로 설계됐다. 오퍼레이터들이 각 공정마다 웨이퍼를 손수 이동시키는 5라인과 달리 자동물류이동 시스템을 도입했다. 2.7m의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운반기구가 웨이퍼를 옮긴다. 투입하는 웨이퍼 크기도 12인치(300mm)로 5라인보다 크다. 공정도 상당 부분이 자동화됐기 때문에 라인이 100% 풀 가동이 되고 있는데도 직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내부도 조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와 같은 시스템LSI 부문은 인텔에 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스템LSI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시스템LSI 시장의 규모는 2,500억달러로, D램 반도체 시장 보다 8배 가량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쳤듯이 전통적인 컴퓨터용 CPU에서 휴대용 단말기용 모바일 CPU 시장이 커지는 상황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의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수인 사장 "백혈병 의혹 외부기관과 함께 재조사"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이 백혈병 발병과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기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한다.
삼성전자는 15일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국내외 공신력이 있는 연구기관ㆍ학술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진실되고 투명하게 사실을 밝혀 모든 의혹을 남김 없이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일부 근로자들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동안 노동계 및 의료계 등에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이 백혈병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산업안전공단의 '반도체 근로자 역학조사'를 받았고 노동부 권고에 따라 '보건위험성평가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받는 것은 물론 추후 적절한 시기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생산라인을 공개할 의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나노시티 기흥캠퍼스 내에 이달 초 '삼성전자 건강연구소'를 설립해 ▦화학물질 위험성 ▦작업환경 및 역학 ▦신물질 및 공정 등 3개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임직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중장기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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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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