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군산시 개복동 윤락업소 화재로 실내에 감금돼있다 사망한 `업소 여성'들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국가의 성매매 단속관리 및 감독소홀 등책임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낸 가운데 2002년 7월 국가의 위자료 책임을 인정했던 군산 대명동 윤락업소 화재 손배소 판결과 달리 국가와 지자체의 윤락업소 사고방지책임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신성기 부장판사)는 군산시 개복동 윤락업소 화재사망자 13명의 유족 23명이 윤락업주 이모(39)씨 부부와 업소여성 감시책 박모(37)씨, 국가와 군산시,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 부부와 박씨는 원고들에게 1인당 1천만∼1억9천여만원 등 총 2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중앙법원 민사합의29부(강재철 부장판사)도 같은 사고로 숨진 황모(당시 29세.여)씨의 호적상 남편 안모(47)씨가 낸 소송에서 "이씨 부부와 박씨는 8천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재판부 모두 국가와 군산시, 전라북도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교도소에 있는 이씨 등에게서 원고들이 실질적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 등은 `쪽방'마다 인화성 강한 물질로 내부장식을 해화재위험이 있는데도 낡은 전선을 교체하지 않고 소화기 외 진화설비를 갖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업소여성들의 출입문을 봉쇄해 화재로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경찰 지휘책임이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군산경찰서 경찰관들이 뇌물을 받고 윤락행위를 단속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2000년 9월 군산시 대명동 화재 이후 경찰이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면담에서 감금행위신고는 없었으며 화재예방은 경찰업무로 보기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방공무원 지휘책임이 있는 군산시와 전라북도에 대해서도 "외관상특수 감금자물쇠를 식별하기 어렵고 사고업소는 97년 9월 소방법시행령 개정 전에영업허가를 받은 터라 강화된 소방기준이 훈시규정에 그칠 수 밖에 없어 적극적 소방단속이 어려웠던 점이 인정된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 이씨 등은 지난 65년 영업허가를 받은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아방궁'과`대가'를 임차해 19개의 `쪽방'을 만든 뒤 윤락여성들을 특수 자물쇠로 가둬두고 영업을 해왔으며 2002년 1월 29일 업소 계산대 근처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탈출하지못한 15명의 여성이 모두 질식해 숨졌다.
이씨 등은 중과실치사 및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됐고 뇌물을받은 경찰관들은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혐의, 소방검사상 이상없다고 보고한 소방공무원들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