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벤처인증을 민간 주도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기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벤처기업 확인작업을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한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벤처기업특별법 일몰을 계기로 벤처확인제를 손질하자는 취지다. 현재 다섯 가지로 돼 있는 벤처확인요건 유형을 예비벤처와 본벤처기업 두 가지로 단순화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모양이다. 벤처확인제가 처음 생긴 1997년과 지금의 벤처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벤처인증 요건을 정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2006년에 개편된 현재의 벤처확인제도는 안정적인 융자보증 위주여서 '무늬만 벤처'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고기술·고위험 기업보다는 저위험 업체나 기존에 벤처확인을 받지 못했던 기업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개편 이전에 매출액 대비 5% 수준이었던 국내 벤처의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지금은 2%까지 쪼그라든 판이다. 벤처의 인증 유형을 보면 이런 부작용이 왜 발생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3만433개의 등록벤처 가운데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통해 인증을 받는 기업은 906개사로 3%가 채 안 된다. 대신 안정적인 정부기관 인증이 대부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벤처기업은 자금형편이 나아져 대출금을 갚으려 했지만 다른 유형의 벤처확인을 새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대출금 상환을 미뤘다고 한다.
새로운 인증제도에서는 무엇보다 혁신과 개발활동에 신경 쓰지 않고 정부 혜택에만 안주하는 위장벤처를 과감히 솎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래야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벤처들이 창조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무늬만 벤처를 가려내는 벤처인증제 개편을 통해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