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은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의 주도 아래 전세계에서 가난과 기아,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삭스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오는 2015년까지 전세계의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UN의 빈곤퇴치 계획은 아프리카ㆍ남미ㆍ아시아의 가난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UN은 9월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에서 빈곤퇴치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삭스 교수의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전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실천해야 할 실제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모기장을 제공하고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비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농민들을 위한 비료지원, 여성들의 재산권ㆍ상속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개정 등을 촉구하는 식이다.
물론 이 같은 방안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가난한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부패한 정권에 의해 통치되고 있어 원조자금이 권력자들의 개인자금으로 둔갑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삭스 교수는 국제원조의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즉 일반적으로 저리의 차관을 해당국 정부에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병원ㆍ학교ㆍ발전소 건설, 식품ㆍ의약품 구입 등 필요한 분야에 원조자금이 직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UN은 선진국들이 2015년까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원조자금을 국내총생산(GDP)의 0.7%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사실 선진국들이 과거에 스스로 합의했던 목표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GDP의 0.7%를 원조금으로 내놓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약속을 지킨 나라는 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ㆍ네덜란드ㆍ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일부 나라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GDP의 불과 0.15%만을 원조금으로 내놓으며 선진국 중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지금이라도 전세계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세계가 이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