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New 차이나 New 챌린지] <3> '제조업 전성시대' 끝났다

'과도한 보상금'에 이전·감원 못해<br>정리해고·기업청산등 싸고 근로자와 마찰 빈발<br>타업체 보다 작업환경·대우 좋게 해줘도 파업<br>지나친 임금상승·인력난도 경쟁력 약화 한몫

중국에 더 이상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은 없다. 매년 두자릿수로 올라가는 임금과 경직된 노동정책으로 중국 진출 기업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New 차이나 New 챌린지] '제조업 전성시대' 끝났다 '과도한 보상금'에 이전·감원 못해정리해고·기업청산등 싸고 근로자와 마찰 빈발타업체 보다 작업환경·대우 좋게 해줘도 파업지나친 임금상승·인력난도 경쟁력 약화 한몫 고진갑기자 go@sed.co.kr 베이징=문성진특파원 hnsj@sed.co.kr 중국에 더 이상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은 없다. 매년 두자릿수로 올라가는 임금과 경직된 노동정책으로 중국 진출 기업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서 사업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습니다." 칭다오(靑島)에 진출한 피혁가공업체인 C사의 K사장은 "올해 종업원들이 돌연 조업거부에 나서 심각한 생산차질을 빚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종업원들이 처음 요구한 조건을 들어 주는 조건으로 봉합에 나섰지만, 종업원들은 업무복귀를 미룬 채 요구조건만 늘려갔다"며 "급기야 임금 10%를 더 올려 주는 조건으로 파업 한 달여만에 사태를 마무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근 다른 사업장에 비해 작업환경이 좋고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도 다른 업체에 비해 좋게 해주었는데도 파업에 시달리는데 다른 회사는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금 중국 내륙지역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이전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공장이전을 하려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고 임직원들에게 보상금을 주어야 하는데 직원들이 말도 안되는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광둥(廣東)성의 섬유업체인 A사도 인건비가 싸고 인력을 구하기 쉬운 산둥(山東)성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으나,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 문제에 부딪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톈진(天津)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D사는 공급과잉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감원을 계획중이나 정리해고 대상이 된 근로자들의 반발과 과도한 보상 요구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중이다. 이 정도는 그나마 다행이다. 베이징에 있는 한 업체에서는 사업파산으로 직원들에게 보상금을 주지 못하자 경영자를 한동안 억류한 일이 발생했다. 올 때는 쉽게 왔지만 갈 때는 지옥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주중한국대사관 이태희 노무관은 "정리해고와 기업 청산 등을 둘러싸고 현지 근로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진출 기업인들의 상담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민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노무관련 분쟁이 대부분 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에 공회(노조)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파업이 더욱 빈발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쟁의 건수가 1992년 8만2,000여건에서 2004년 26만여건, 2005년 31만4,000건으로 증가한 것은 노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서울경제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진출 한국기업 가운데 20%가 이미 노사분규를 경험했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전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중국투자의 이점이었던 것은 옛말이 됐고 노무관리 문제가 새로운 '차이나 리스크'로 떠올랐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최근 중국 내 모든 점포의 노조설립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이는 곧바로 중국 진출 국내기업에게도 닥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회에서는 이미 삼성 등 무노조 기업에 노조설립 허용을 요구하는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람 문제'만 제조업체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임금상승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올 들어 중국 주요 지역 노동국은 최저임금수준을 대폭 높인데다 연장근무 수당은 물론 사원후생복지 비용도 크게 높아졌다. 선전에 진출한 전자부품업체인 F사 관계자는 "선전지역 노동자들은 연장근무수당을 포함해 월 900~1,500위안을 받고 있는데도 임금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라면 저임(低賃)의 메리트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광저우(廣州)에 투자한 K사의 P사장도 "이 지역에 투자한 외자기업의 대부분이 임가공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인데 최근 수년 동안 전기세, 물세, 임대료, 원자재 비용 상승에다 임금마저 대거 높아져 경영원가가 대폭 상승했으나 제품판매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면서 "앞으로 인건비가 좀더 오른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임금을 올려줘도 필요한 인력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중국에서의 인력난이 이외로 심각하다는 얘기다.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인 '중국노동감시기구(China Labor Watchdog)'는 노동력 감소에 대해 ▦한자녀 정책에 따른 젊은 노동인구 감소 ▦친농업정책에 따른 이주 노동자들의 귀향 ▦고소득 실현 가능한 대도시로의 이탈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직원모집 공고만 붙이기만 하면 장사진을 쳤던 예전의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이직률도 늘어나고 있다. 쑤저우(蘇州)에서 전자부품업체를 운영하는 L사의 J사장은 "임금을 매년 10%이상 올려줘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매달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40여명이 넘어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만수 대외경제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에서의 제조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며 "만약 원가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전을 시급히 결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도 "한국기업들의 중국진출이 '시장'보다는 '생산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재 진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만약 이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철수하고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충고했다. ● '보호주의' 로 급선회 부동산도 대규모 자금유입 막고 외국자본 M&A 규정도 강화 "중국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산업안보가 더 중요하다." 찜통 더위와 장대비가 엇갈리며 날씨가 죽 끓듯 변덕을 부리던 이달 초 중국 정부기관의 여름 휴양시설이 모여있는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 베이다이허(北戴河)의 한 호텔. 중국 각 경제기관을 대표하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300여명이 5일간 숙식을 같이하며 미국 칼라일그룹의 중국 최대 공작기계 생산업체 쉬궁(徐工)그룹 M&A(인수ㆍ합병) 추진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산업안보'가 더 중요하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외자기업이 자국의 전략산업이 통째로 삼키는 일을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결과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성장과 발전' 일변도에서 '분배와 균형'도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 동안 특혜의 온실 속에서 성장했던 외자기업들은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외자기업에 대한 견제 움직임은 이미 관련법규 정비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M&Aㆍ세제ㆍ노동ㆍ부동산 등 관련제도를 잇따라 정비하면서 '보호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다. 1978년 12월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개혁ㆍ개방을 표방하면서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위해 온갖 장벽을 허물었던 중국이 이제 30여년만에 보호주의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관련법규 정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자본의 자국기업 인수합병(M&A) 규정을 대폭 강화한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상무부 등 6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외국투자자 국내기업 합병 규정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 중국 내 매출이 15억위안(약 1,8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중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특정 외국자본이 1년내 10개 이상 중국기업을 인수할 경우 반드시 증권감독위 등 관련 부처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원전ㆍ발전설비ㆍ철강ㆍ조선ㆍ석유화학설비ㆍ기어ㆍ변전기 등 7개 업종은 외국자본의 M&A 금지업종으로 지정했다. 지난 6월 발표한 외자기업의 기업소득세율 단일화 방안도 '외자규제를 통한 국내자본 보호'라는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국내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외자에 대한 중국의 견제 움직임이 확연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외자 부동산시장 진입 관리에 대한 의견'을 통해 투자총액 1,000만달러가 넘는 외국 부동산기업은 등록자본금을 50% 이상으로 맞추도록 하는 규제장치를 만들었다. 과도한 외자의 부동산시장 진입을 막아 부동산 투기는 물론 외국자본이 이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최근의 잇단 규제조치에서 위기요인 보다는 기회를 더 크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 지만수 소장은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표방하는 후진타오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배와 균형성장을 강조하는 정책변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외자유치에 목마른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업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8/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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