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은 앞으로 세기말의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과 97년 이후 위기 탈출에 몸부림치는 이머징 마켓, 그리고 번영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악재로 작용할 것인가.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과거 경험했던 수많은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9세기초 나폴레옹 전쟁이 발발했을 때 프랑스와 영국에선 인플레와 함께 경기 과열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패한뒤 전쟁이 끝나면서 디플레가 뒤따랐다.
1861~65년의 미국 시민전쟁과 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비슷한 형상이 나타났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경제는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거시경제 활동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인플레도 야기시킨다고 볼 수 있다. 또 전후에는 일반적으로 디플레가 수반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유고 전쟁이 한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는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경제는 정확한 경과가 도출되는 과학도 아니고 과거의 경제패턴이 똑같이 반복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2차 세계대전후 승전국이나 패전국 어디에서도 1차 세계대전 때와 같은 경기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케인스 시대 이후 국가 차원의 거시경제정책이 민간시장의 무질서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줄인 탓이다.
미국의 마셜 플랜은 전후 유럽경제 회복을 촉진시켰고 양 대룩 사이에 서비스와 상품의 자유로운 교역은 일반 상품시장을 발전시켰다. 또 유럽과 미국의 경제격차를 줄이는데도 기여했다.
맥아더장군의 일본개혁 및 발전 프로그램은 특히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일본은 이후 수출지향형 발전 토대를 마련, 번영을 이뤄냈고 이같은 결과에 일본인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걸프전 역시 지난 90년 일본과 미국 경제에 별 자극제가 되지 못했다. 미국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에 대해 공습을 감행, 전쟁 장비의 재고가 바닥나고 동맹국들이 전비를 나누어 부담했지만 80년생 레이건 정부의 오랜 노력으로 이뤄진 경제회복은 오히려 약하나마 침체로 반전됐다.
유고 공습으로 유고내 지도력이 단시간내에 바뀐다면 이 전쟁은 경제사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토의 유고 공습이 오래갈수록 세계 경제에는 불길한 전조가 될 것이고 지금 상황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과 아시아는 미국의 끝나지 않는 번영에 대해 시기하는 마음을 갖고 있겠지만 미국이 상품 수입국으로서 역할을 계속해 이들 국가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선 미국의 번영은 지속돼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제회복과 중국의 고도 성장은 월가의 불괴에 의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월가의 불괴는 미국 허니문 경제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때는 조금의 변화에도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시절인 60년생의 오랜 번영은 베트남 전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10년 동안 스테그플레이션이 미 경제를 강타했다.
우리는 상호의존적인 세계에 살고있기 때문에 발칸 사태와 무관한 나라들도 좋든 싫든 유럽과 미국이 짐져야할 비용을 나눠가지게 될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발칸에 평화가 오기를 원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유고 전쟁은 세기말의 세계경제에 작지만 분명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는 19세기 중반 자본주의는 경제발전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전쟁을 필요로 한다고 믿었지만 이것이 왜 잘못된 분석이었는지는 케인스가 이미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