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쉰들러 또 다시 현대엘리베이터에 딴죽


현대엘리베이터와 이 회사의 2대주주인 쉰들러AG가 이번엔 자회사인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참여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1월4일 현대상선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자 쉰들러 측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를 놓고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인 두 엘리베이터 업체 간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31일 금융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년 3~4월 만기도래하는 2,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갚기 위해 11월4일부터 이틀 동안 주주배정을 시작으로 총 2,1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최대 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24.1%)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악화로 현대상선의 기업가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유상증자가 성공하려면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참여가 일정 부분 이뤄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 증자는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대상선의 기존 주주들 중 일부 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가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 현대엘리베이터 자체도 자금사정이 팍팍한데 다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말과 올해 6월에 총 1,7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쉰들러는 지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온 자금 중 일부가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다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사용될 목적으로 조달한 돈을 부실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쉰들러는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유상증자 참여 의사와 자금 출처를 묻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회신에서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주주배정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할 사안이며 이번 유증에 참여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 유증을 통해 조달된 돈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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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는 앞서 6월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도 반대했다. 당시에는 공무가 책정에 있어 기존 주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기존 주주들에 주어져야 할 우선배정권을 무시하고 일반 공모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배주주만의 독단적 결정으로 재무악화로 고전 중인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대한 자금지원과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투자을 놓고도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인 현대상선 주가하락 분 손실을 보존하는 내용의 파생상품과 관련 이사회 의사록ㆍ회계장부 열람에 대한 소송과 함께 파생상품 신규 및 연장 금지, 유상증자 금지 등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 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쉰들러는 2006년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KCC로부터 보유 지분을 사들이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6월 말 기준 보유지분은 30.9%로 최대주주인 현정은 회장 및 특수 관계인들의 보유 지분은 40.1%다. 쉰들러가 파생상품의 계약을 금지하도록 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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