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표준경쟁/패배위험 피해 오월동주 확산

◎한통­데이콤 무선가입자망 「W­CDMA」로 합의/DVD분야 도시바-소니,고선명TV 미업계서도격화일로를 치닫던 정보통신산업의 「표준전쟁」이 한풀 꺾이는 추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대신, 경쟁기업들끼리 서로 협력하여 표준을 만들어가는 「표준타협」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표준은 그동안 신기술선점과 함께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주요수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표적인 예가 VCR에서 「VHS」방식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함에도 표준의 세력확장에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사장된 소니의 베타방식. 또 PC운영체제로 한세대를 풍미한 「DOS」와 「윈도」, 전 유럽의 이동전화시장을 평정한 「GSM」방식, 컴퓨터 키보드의 「QWERTY」방식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립한 표준의 전형들이다. 그러나 각기 유사규격을 갖고 경쟁하는 기업들이 서로 합의하여 표준을 일치시켜 가는 사례가 요즘 부쩍 늘고 있다. 「서로 다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차세대 기록매체인 DVD의 표준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인 도시바와 소니는 지난 11월 도시바측의 「초밀도(Superdensity)」방식을 중심으로 표준을 제정키로 극적인 합의를 봤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차세대 시내전화망의 대안으로 유력한 무선가입자망(WLL)의 기술표준으로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방식을 채택키로 합의했다. 고선명TV(HDTV)의 표준을 놓고 대립했던 미국의 가전, 방송 및 컴퓨터업계도 최근 영상압축·전송방식 등 쟁점사항에서 의견이 일치, 9년간의 HDTV표준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밖에 미래 전자상거래의 핵심수단이 될 스마트카드의 표준을 둘러싸고 경합을 벌이던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휴렛패커드, 독일의 슐룸버거와 지멘스AG, 프랑스의 불 등 5사가 상호협력키로 했다. 이처럼 기업간의 합의표준이 늘어나는 주요인은 표준전쟁이 「전부냐 전무냐(All or Nothing)」게임이라는 점을 세계 정보통신기업들이 점차 깨닫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표준화경쟁의 패배는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수용하면서 기업들은 리스크를 피하거나 분산하는 방편으로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보통신기술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유달리 짧은 점은 이같은 타협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산업이 글로벌규모로 네트워크화돼 가는 추세에서는 과거 AT&T나 IBM처럼 어느 한 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게 불가능하다는 점, 사용자들이 시장을 주도해 가는 상황에서 특정 공급자가 설정하는 표준이라는게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추세도 표준타협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표준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차세대 이동통신기술분야의 CDMA와 TDMA(시분할다중접속), 인터넷접속도구의 네비게이터와 익스플로러, 그래픽운영체제의 윈도와 OS2 등은 아직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 이들분야에서도 대타협이 일어날지 주목된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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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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