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먹구름 뒤덮인 중국경제] <상> 성장엔진이 식어간다

과도한 긴축에 부동산경기 급랭… 철강·車등 산업 전반 강타<br>집값 반토막 사태속 수출 줄고 자금줄 끊겨<br 中企도 줄도산 위기… 외국자본마저 등 돌려<br>냉각속도 지나치게 빨라 "경착륙 가나" 비관론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 홀로 고속성장을 구가하며 세계경제를 견인했던 중국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에 이처럼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부동산 거품 우려에 따른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시된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 탓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기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문제는 냉각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자칫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국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여파로 집값이 반 토막 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부동산발 경기둔화가 철강ㆍ자동차 등 실물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발 실물경기 둔화=정부의 은행대출 억제, 주택 구매제한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 값 폭락은 급기야 사회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집값이 급락한 지역 주민들은 건설사를 찾아 항의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보상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9월과 10월의 베이징시 주택 거래량은 2만6,085가구로 전년 대비 48% 하락하며 3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베이징 외곽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한 업체는 ㎡당 7,300위안의 아파트를 구매하면 똑같은 아파트를 한 채 더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를 분양 받은 천(陳)모씨는 "처음으로 구매한 퉁저우구의 하이탕완 아파트가 ㎡당 3만위안에서 현재 1만5,000위안으로 반 토막이 났다"며 한탄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가뜩이나 과잉투자에 시달리는 철강 등 관련 전후방 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강제품 관련 투자를 하고 있는 쉬모씨는 "중국 정부의 소득분배 강화 정책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는데다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관련 철강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철강산업이 설상가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경기하강 우려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잘나가던 스포츠용품 제조사인 리닝은 올 들어 256개 점포의 문을 닫아야 했다. 8월에 이미 중국 100대 백화점의 의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고사위기에 몰리는 중소기업=미국ㆍ유럽발 글로벌 경기침체는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의류ㆍ전자제품 등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해외 수요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는데다 정부의 소득분배 강화책에 따른 인건비 상승, 위안화 절상에 당국의 긴축정책으로 자금줄이 끊기면서 줄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저장성 원저우에서 4월께부터 시작된 중소기업 도산은 이후 네이멍구ㆍ광둥성 등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저장성에서 소형가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올 들어 인건비 급등, 위안화 절상 등으로 제조비용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해외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출 전진기지인 광둥성의 선전ㆍ둥관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일감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야근단축 등을 통해 근로자 급여를 깎아버리자 대규모 파업 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류커구 중국국가개발은행 고문은 "중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국내총생산의 60%, 일자리 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며 "중소기업들이 수출경기 침체와 정부 긴축조치에 따른 자금줄 차단으로 생존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HSBC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11월 중국의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는 전월의 51에서 48로 떨어지며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지수가 50 이하로 내려가면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등 돌리는 외국자본=이처럼 중국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자 끝없이 밀려들던 외국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10월 39억1,000만달러의 외환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7년 10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미국ㆍ유럽연합의 유동성 위기로 본국으로 회귀하는 투기자금 영향도 있지만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인프라 건설 자금을 구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렸던 대출이 금융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 부채는 최소 10조7,000억위안(2010년 말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중 60%가 올해부터 오는 2013년에 걸쳐 만기를 맞는다. 정부의 과도한 긴축조치가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여건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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