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현금서비스 급증…기업 돈가뭄 여전
■3분기 자금순환 동향
경기악화가 개인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가계가 궁핍해지면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개인들이 부럽다. 다같이 돈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금융기관에서 냉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우량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돈구경을 못하고 있다.
◇어려워진 가계사정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개인들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매금융 말고는 영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가계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다 정부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공급측면에서 신용을 늘린 것도 한 요인이다.
가계신용 중에서 일반자금대출과 주택자금대출로 구성되는 가계대출은 신용카드등을 이용한 현금서비스가 전분기에 비해 1조원이상 급증한데 따른 영향 등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25.6%가 증가한 22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서비스는 주로 20%가 넘는 고금리인데다 만기가 짧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본 사람등이 단기투자를 위해 급전을 빌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가계의 소비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판매신용 역시 일반인들의 신용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7.5%가 증가한 2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카드 회사의 판매신용은 작년 동월대비 93%나 증가해 물건을 할부로 구입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얻어 물건을 사는 경향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돈가뭄'으로 고전
지난 3ㆍ4분기 중 기업들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프라이머리CB0 및 채권형펀드 조성등 정부정책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신용이 좋은 일부 대기업들만의 얘기다.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주식발행 규모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분기에 순상환됐던 CP와 회사채가 순발행으로 전환되면서 2ㆍ4분기(1조5,000억원)보다 6조1,000억원이 늘어난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직접금융을 통한 조달이 늘긴 했어도 신용도가 낮은 대기업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도 외형상으로는 늘었다. 은행차입금이 증가세를 보인데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차입금도 둔화되면서 전분기보다 3,000억원 증가한 5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은행들이 상반기 결산기(6월말)를 맞아 2ㆍ4분기 중 기업대출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이 같은 증가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특수요인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3ㆍ4분기에 조달한 자금은 전분기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