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도서 힌두교 풍자 영화 논란...제2의 '샤를리 엡도' 되나?


이슬람교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알 카에다의 테러공격을 받아 충격을 준 가운데, 힌두교 신자가 10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는 힌두교를 묘사한 영화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도 뭄바이 위치한 극장 앞에서 연말 개봉한 인도영화 ‘P.K.’의 포스터를 불태우는 힌두교 단체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힌두교 보수주의 단체 ‘바즈랑 달(Bajrang Dal)’은 ‘P.K.’가 힌두교 신들을 모욕했다고 주장하면서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P.K. 상영에 반대하는 이와 유사한 시위는 인도 전역에서 일어나, 몇몇 영화관은 기물이 파손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영화 P.K.의 줄거리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별에 온 그대’와 비슷하다.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P.K.는 실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우주선의 조종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고향 별로 귀환하지 못하고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 남게 된다. 종기를 찾아 나선 P.K.는 지구인 친구를 만나 언어와 관습을 배우게 된다.


조종기를 찾아 헤매는 P.K.에게 지구인들은 하나같이 신에게 답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P.K.는 여러 신을 믿으며 조종기를 돌려달라고 기도하지만 신은 답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P.K.는 조종기가 한 사이비 종교 지도자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종교지도자는 조종기를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신의 물건이라 주장하며 신자들을 기만하고 호도한다. P.K.는 여주인공 자구의 도움을 받아 조종기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실체를 밝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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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K는 상영 내내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하지만 외계인의 눈을 통해 인도의 경직된 사회를 바라보면서, 성역에 가까운 힌두교의 모순된 모습을 에둘러 이야기한다.

힌두교 측은 영화 내용을 문제 삼아 신성 모독 혐의로 영화 제작진과 출연을 고소했다.

힌두교 지도자 스와루파난드 사라스와티는 “힌두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들은 힌두교를 괴롭힐 권리가 없다.”며 분노했다.

힌두교 영적 지도자 바바 람데프는 “기독교나 이슬람에 대해 비판할 때 사람들은 신중하지만, 힌두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P.K.는 개봉 이후 현재까지 30억 루피(약 525억원)를 벌어들여 인도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주인공 자구의 아버지로 출연한 배우 파리크샤니는“나 역시 독실한 힌두교 신자다. 만약 이 영화가 진짜 힌두교를 모욕하는 거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영화는 신의 이름을 빌려 대중을 속이는 사람들을 풍자할 뿐이다. 인도 사회에 사이비 종교인이 너무 많다.”고 해명했다.

한편, 5일 인도 영화 심의 등급위원회 CBFC(Central Board of Film Certification)는 힌두교 단체가 요구한 P.K.의 검열·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위원회 측은 P.K.가 정당한 과정을 거쳐 개봉되었으며 내용상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바즈랑 달 등 힌두교 단체들은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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