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놓고 각국 정상들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이번에도 리더십의 위기만 재확인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제기했던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없다는 의미의'G제로(리더십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5일 포럼 개막연설에서 "독일이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한다면 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유럽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독일 역할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정상들이 위기해결에 필요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로존 국가 가운데 재정위기 국가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챙기는 나라가 독일이고 유로존 멤버에게 강도 높은 긴축을 강요하는 '신재정협약'을 주도하는 나라 역시 독일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패권을 다투는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날린 것이다.
이처럼 유럽 정상이 설전을 주고 받는 것 외에 별 소득이 없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정치권이 '말장난'만 늘어놓는다면서 위기해결 능력에 대한 진정성 부족을 질타했다. 그는 "유럽 정상들이 해야 하고 앞으로 진행할 것들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졌다는 느낌을 포럼에 와서 살펴봤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유로존 재정위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리스나 포르투갈ㆍ아일랜드가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라며 "유럽 각국의 수장들이 하루 바삐 머리를 맞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긴축과 성장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