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과거 美 분산형 추진 '대조'「중앙집권형이냐, 지사 분권형이냐」
지난 80년대 이래 본사 조직 축소에 앞장섰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 본사(헤드쿼터)로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중앙집권형 경영방식으로 급속히 되돌아가고 있다.
반면 유럽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미국식을 모방, 꾸준히 본사 인력을 줄이는 「분산형」 경영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상반된 두 경영스타일이 각각 어떤 결과를 낳을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2일자)에서 영국의 애슈리지 전략 경영센터 주관으로 선진국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미국 기업들의 총 직원수대비 본사 직원 비중이 유럽 기업들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정보 및 통신시스템 운용업무의 90%가량을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6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유럽의 경영자들은 앞으로 5년 동안 10% 이상 본사 직원들을 줄여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반면, 미국 기업들은 본사 인력을 20% 가까이 확충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상반된 추세가 앞으로 한층 더해갈 전망이다.
80~90년대에 걸쳐 본사 인력을 대대적으로 삭감해 온 미국 기업들이 경영 방식을 급선회한 것은 「신경제(뉴 이코노미)」 대두와 함께 본사 조직에 대한 개념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 수익성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던 본사 조직이 제휴나 인수합병(M&A)를 주도,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추 역할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나 코닝사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조사기능이나 다른 기업과의 업무제휴·합자 등의 역할을 본사에 집중 부여하는 등 본사가 「핵심부대」로 활동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즈알렌 앤 헤밀턴 컨설팅의 알베르트 비시오는 『미국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제휴와 인수합병등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본사 조직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국 기업은 유럽 기업들에 비해 국내 영업비중이 높다는 점도 이같은 차이를 일으키는 원인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관련, 『미국식 「중앙집중형」과 유럽·일본식 「지사분산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 경영실적을 가져올 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식이 판정승을 거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하지만 『미국 기업의 본사 조직이 커서 실적이 좋아지기보다는 실적이 좋아 본사 조직을 확충하는 요인도 크다』고 덧붙였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5/08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