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하나금융과 대립 중인 외환은행 노조가 '5년 독립경영' 요구를 더이상 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외환 노조가 사측에 처음으로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양측의 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 측은 이날 하나금융이 외환 노조를 상대로 낸 통합 중단 가처분 이의신청 사건과 관련, 법원에 마지막 서면 제출을 완료했다. 법원은 약 10일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외환 노조는 서면 제출 직전인 지난 2일 하나금융 측에 처음으로 노조의 요구안을 제출했다. 이 요구안에는 통합 추진 절차 등을 비롯해 인사 원칙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조기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환 노조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5년 독립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시기 조정이 가능하다"며 "모든 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요구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조가 기존의 '5년 독립경영'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외환노조 측은 앞서 사측이 2·17 합의서 수정안을 제시했을 당시만 해도 기존 합의서 원칙이 훼손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17 합의서란 하나금융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조와 맺은 합의 사항으로 2017년까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입장에서만 물러나도 양측 대화의 물꼬는 트이게 된다.
다만 외환노조의 이번 입장 변화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 양측 모두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재판부는 "양측이 대화 재개의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협상은 이달 중순 법원의 결정이 나온 후에야 본격적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또 '통합의 당위성'과 '2·17 합의서의 구속력' 등에 대해 법원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협상의 주도권이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