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좀 더 대국적으로 봐야 할 쌀 관세화

정부는 20일 올해 말이 시한인 쌀 관세화(시장개방) 유예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공식 천명했다. 정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시장개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쌀 개방에 따른 보완대책을 제시했다. 이달 중에는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쌀 개방에 대한 입장과 쌀 산업 발전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정치·사회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남은 국회 보고 등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발표한 시장개방과 보완대책의 기본방향은 국익 입장에서 맞는 방향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우리는 이미 10년씩 두 차례에 걸쳐 시장개방을 유예해왔다. 이 같은 유예의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국내 소비량의 9% 수준인 40만9,000톤까지 확대한 상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이 최근 WTO로부터 2017년 6월까지 쌀 개방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린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관세화를 유예하기 위해서는 최소 국내 소비량의 20% 정도를 의무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쌀값 폭락이 불가피하고 충북 쌀 경작지의 2배 정도를 줄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정부 재정이 강제수입물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차원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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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대만은 오래 전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는 것보다 관세를 높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의 기본 방향도 두 나라가 밟아온 길과 유사하다. 쌀에 적정 관세를 도입해 싼값의 외국 쌀이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는 쌀을 양허(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외국산 쌀에 대해 400% 이상의 관세를 물리면 외국산 쌀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쌀 재배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몫이다. 시장개방 선언과 함께 쌀 수입보험제도 도입 등 쌀 산업 발전방안 등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별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전방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농업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모두가 한중 FTA는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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