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시아나 색깔 지워라" 박찬구의 홀로서기

금호석화 분리 앞두고 새 CI 제작·사옥이전 등 독자경영 행보 가속<br>내달부턴 별도 사보 발행… 지분 매입도 계속 추진


"금호석유화학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색깔은 하나도 남김 없이 지워라."

박찬구(64ㆍ사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내린 특명이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독자적인 기업이미지(CI) 제작 ▦사옥 이전 작업 ▦별도의 사보 발행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색깔 지우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다음달 처음으로 독자적인 사보를 발행한다. 금호석유화학이 자체 사보를 만드는 것은 지난 1970년 창립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다음달부터 발행되는 사보는 약 3,000~4,000부 규모로 금호석유화학과 금호미쓰이화학ㆍ금호폴리켐 등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와 주요 대학교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략경영본부 기능을 대신할 회장 부속실도 신설했다. 이에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임직원들의 명함은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와 각종 포장용지에 사용되던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유의 빨간색 날개 로고를 모두 제거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신입사원 공채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관련기사



인사 및 직급체계에서도 금호아시아나의 색깔을 뺐다. 그동안 연구직과 사무직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직급체계를 쓰던 방식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직원 업무평가시 AㆍBㆍC 등 등급마다 일정비율로 할당하던 평가시스템도 성과에 따라 평가자 재량으로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변경했다.

여기에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독자적인 CI 제작에 돌입한 데 이어 사옥 이전 장소도 물색하고 있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서울 신문로 빌딩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함께 쓰며 불편한 동거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산시스템과 전화번호를 따로 사용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결별을 준비해왔다.

박 회장 스스로도 사재를 털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회사 지분을 계속 매입하며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총 5만314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 가운데 2만781주는 사재, 나머지 2만9,533주는 주식담보대출금으로 매입했다. 이로써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보유주식은 총 198만5,286주(지분율 5.93%)이며 아들 박준경 상무와 조카 박철완 상무 등의 우호지분을 모두 합치면 26%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분(16%)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10.45%)을 전량 매각하면서 이제 사실상 계열분리는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13.43%)의 매각수순만 남겨놓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엔 금호산업 채권단의 자금지원 발표로 금호산업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아져 계열분리는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계열분리가 완료될 경우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ㆍ금호폴리켐ㆍ금호미쓰이화학 등)과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ㆍ금호아시아나항공ㆍ금호타이어 등)으로 갈라서게 된다.

김현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