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후변화의 경제학] <1부-3>탄소표준이 세계경제를 바꾼다

선진국들 표준화전쟁 "이미 진행중"



선진국들 표준화전쟁 "이미 진행중" [기후변화의 경제학] 탄소표준이 세계경제를 바꾼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관련기사 • EuP 시행때 한국 영향은 자동차 분야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난 1998년 12월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ㆍEC)는 EU자동차공업협회와의 ‘자발적 협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오는 2008년까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40g, 2012년까지는 120g으로 낮추겠다는 규제를 시작했다. 유럽에 승용차를 수출하는 한국과 일본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자동차업계가 2008년 140g이라는 목표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백하자 EC는 올해 2월 ‘자발적 협약’의 실패를 선언하고 승용차 이산화탄소 규제 법제화에 나섰다. 2012년까지 130g으로 배출량을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EU 승용차(신차)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g. 일본은 161g, 한국차는 165g이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친환경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H박사는 요즘 눈과 귀가 온통 EU가 추진 중인 환경규제 EuP(Energy-Using Productsㆍ친환경설계 의무화)에 맞춰져 있다. EU는 현재 2010년 규제 시작을 앞두고 제품별 세부 시행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색이 칠해지느냐에 타격의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H박사는 “EuP는 한마디로 각 제품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료구입ㆍ제조ㆍ유통ㆍ폐기 등 전 단계에서 지켜야 할 규칙으로 이를 지키지 못하면 유럽 판매를 못하게 된다”며“국내 협력업체 등 우리의 기술수준이 지침에 못 미친다면 수출을 위해 유럽 업체들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종환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대책실장은 “이산화탄소표준에서 한국이 뒤처지면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물고, 자체 브랜드(NBㆍNational Brand)로는 상품을 팔 수 없게 될 여지도 적지않다”고 경고했다. ◇탄소규제ㆍ환경기술에서 탄소표준으로=한가지 주목할 점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EuP 등 이른바 기후변화 기술과 규제가 표준화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EU가 주축이 되면서 탄소표준화가 하나 둘 만들어져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EU는 EuP 세부 지침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국제전자표준회의(IEC)에서 전기ㆍ전자 등 에너지 사용제품 및 시스템의 환경에 대한 표준을 논의 중이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탄소표준은 이미 ‘진행형’이다. 당초 EU는 자동차(EuP에서 제외)에 대해 업계와의 자발적 협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EU는 정책방향을 자발적 협약에서 법제화로 선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동차업계가 자발적 협약의 목표수준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표준화’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준화의 기본은 법제화로 EU가 먼저 법을 만들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ㆍ바이오ㆍ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하나 둘 감지되고 있다. 김지환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부각될수록 제품 및 탄소감축 시스템의 표준 논의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무역주의를 능가하는 온실가스 규제=EU의 이 같은 환경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EuP 지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기술적 무역장벽이라고 제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에 환경과 관련한 국내 규제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ATT 20조에는 자유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예외조항으로 “유한한 천연자원의 보존을 위한 조치”를 인정하고 있다. EU는 이에 따라 ‘대외무역 정책과 환경의 통합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박찬우 박사는 “관세는 없어지는데 환경규제는 늘어나고 있다”며 “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환경규제의 비관세 장벽 논의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이 WTO를 능가하는 신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ㆍ일본도 탄소표준 선점 경쟁에 나서=탄소표준이 이처럼 급진전될 움직임을 보이자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다소 관심이 없었던 미국도 민간을 중심으로 가세했다. 듀크에너지ㆍ다우케미컬 등 미 글로벌 기업들이 ‘행동 파트너십(USCAP)’을 결성, 미 연방 정부에 표준화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법제화가 탄소표준 경쟁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정부 차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EuP의 표준을 논의하고 있는 국제전자표준회의(IEC)에 경제산업성 주축으로 자국의 표준이 채택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의 의장을 일본 기업에서 맡으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탄소표준화 경쟁에서 후발국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IT 분야에서 한국은 전세계 표준을 리드하고 있지만 탄소 표준화 경쟁에서의 위치는 매우 초라하다”며 “유럽ㆍ미국ㆍ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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