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계 큰 별'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 별세

2금융권 출신으론 첫 행장

주택·국민은행 통합 주도

장사꾼 CEO·CEO 주가 … 신조어 만들어낸 혁신 아이콘


김정태(사진) 전 KB국민은행장이 2일 오전10시30분 급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특2호실)이며 발인은 4일 오전9시.

고인은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지난 1969년 옛 조흥은행에 입행해 1997년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1998년 한국주택은행 은행장을 거쳐 2001년 통합 제1대 KB국민은행장에 오른 뒤 2004년을 마지막으로 금융계를 떠났다.

김 전 행장은 증권맨에서 은행장으로 화려하게 등극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국내 은행장 가운데 2금융권 출신이 은행장을 맡은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행장은 시장에 '장사꾼 최고경영자(CEO)'라는 별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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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옛 주택은행장에 오르자마자 본인 스스로 '장사꾼'이라 부르면서 경영의 모든 기준을 실적으로 바꿨다.

특히 행장 취임 직후 수천억원이 넘는 과거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겠다고 선언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시 장부상으로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시장은 '클린 뱅크'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수직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후에도 시장이 원하는 경영행위들을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CEO 주가'라는 이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구태적인 이미지로 알려져 있던 주택은행은 이내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김 전 행장은 이후에도 주택은행과 통합 국민은행에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주택은행에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유럽의 대형 시중은행인 ING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고 매킨지의 경영자문을 통해 과감한 조직 물갈이를 시도했다. 이는 다른 은행에도 자극제가 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이후 줄줄이 전략적 제휴 전선에 합류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자 국민은행과의 합병 작업에 나서 대형 소매은행이던 국민은행을 사실상 장악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주택은행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대신 본인이 은행장 자리에 올라 소매에 치중해 있던 국민은행의 조직을 과감하게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화려한 CEO 생활과 별개로 은행장을 그만둔 후에는 본인의 평소 소망대로 평범한 '촌부'로서의 삶으로 돌아갔다. 이따금 서울에 와서 강연을 하는 것 외에는 경기도 일산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시장과 철저하게 담을 쌓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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