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감을 위한 석유화학업체들 간의 손잡기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인근 화학공장에서 버려지는 폐열 스팀을 수거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함으로써 비용절감은 물론 환경까지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석유화학은 최근 삼성정밀화학ㆍ삼성에버랜드ㆍ에너지관리공단 등과 함께 '광역 스마트 스팀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삼성석유화학에서 발생하는 잉여 스팀을 인근 여천단지의 삼성정밀화학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사업이다.
이 사업계획에 따라 우선 1차로 올해 말까지 900억원을 들여 삼성에버랜드가 6.5㎞의 배관을 설치하고 내년부터 삼성정밀화학의 태양광 소재공장에 시간당 110톤의 스팀을 공급하게 된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를 통해 연간 6만9,000톤의 벙커C유 사용을 줄여 약 350억원의 연료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연간 4만6,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구축한 공동 배관망을 통해 삼성토탈에서 싼값에 수소혼합가스를 들여오고 있다.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서로 담장을 맞대고 있는 두 회사는 약 220억원을 들여 담장 밑을 연결하는 길이 6.7㎞의 배관망을 설치하고 고순도 생산설비 개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삼성토탈은 공장가동 중 발생하는 잉여 수소혼합가스를 현대오일뱅크에 판매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정제에 필수적인 고순도 수소원료를 값싼 비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이를 통해 연간 180억원에 달하는 생산원가 및 물류비용 절감효과와 더불어 연간 8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여나가고 있다. 내년이면 절감비용이 무려 1,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S-OIL도 온산공장 인근의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공급받은 폐열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제조공정의 특성상 제련 과정에서 다량의 폐열이 발생하지만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그대로 대기 중에 방출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양사간 협력 계약으로 S-OIL은 기존의 스팀 생산비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게 스팀을 공급받게 돼 연간 160억원이 넘는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시행 첫 해 30만톤이던 스팀 공급량은 지난해 50만톤까지 늘어났으며 기존의 스팀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던 벙커C유 소비도 줄임으로써 대기환경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도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애경유화를 포함한 인근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폐열 스팀을 재활용하며 연간 7,500만리터의 벙커C유 사용과 11만2,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여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태광산업에서 나오는 폐열 스팀을 활용해 울산2공장의 PVC 제조공정을 돌리는 한편 울산3공장의 가소제 공정에서 발생한 폐열 스팀을 인근 SKC공장에 팔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연료비와 3만5,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1공장에도 이 같은 스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