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지표 크게 좋아졌지만 빠르게 떨어지는 환율이<br>기업실적·수출에 악영향… 성급한 낙관론 경계해야
| 주가와 환율이 연일 연중 최고치·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일 주가는 지난주 말보다 7.69포인트 오른 1,564.98포인트로, 원·달러 환율은 6원10전 내린 달러당 1,222원40전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배우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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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V자형 회복' 할까?… "환율에 물어봐"
실물지표 크게 좋아졌지만 빠르게 떨어지는 환율이기업실적·수출에 악영향… 성급한 낙관론 경계해야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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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환율이 연일 연중 최고치·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일 주가는 지난주 말보다 7.69포인트 오른 1,564.98포인트로, 원·달러 환율은 6원10전 내린 달러당 1,222원40전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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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지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지표상의 상승 흐름이 뚜렷해짐에 따라 한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대외변수인 미국 경제도 V자 회복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경기회복의 중요한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환율 상승 효과로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며 산업 관련 실물경제 지표들이 나아졌지만 하반기 떨어지는 환율로는 상반기와 같은 경기회복 속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더욱이 무역수지는 흑자가 나고 있지만 수출이 늘지 않고 수입이 감소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가 여전한 상황에서 지나친 환율 하락은 경기 전반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에는 비관론만큼 무서운 게 낙관론"이라며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지만 하반기에는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와 유사한 지표=올 상반기 실물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유사하다. 6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보다 28% 올라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줬다. 현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도 전월 대비 2% 오르면서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통계만 놓고 본다면 양대 경기지수가 동반 상승하며 회복속도에 가속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U'자형 경기회복 모델에서 'V' 모델로 지표들이 바뀌고 있는 셈.
이 같은 지표의 상승세는 외환위기 직후와 유사하다. 1997년 말 이후 급락했던 선행지수는 1998년 4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8월에는 1%대의 상승률을 보였고 동행지수도 1998년 10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유례가 없는 IMF 구제금융 이후의 V자 경기회복 모델을 만들었다.
◇착시지표가 만들어낸 'V'자=현 경제 지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좋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를 구성하는 18개 지표가 전부 상승하는데다 그동안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기업투자와 재고지표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표 개선이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은 경제여건이 좋아진 것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등의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제외하면 2.3%를 기록했던 2ㆍ4분기 성장률이 1%대로, 자동차 감세 효과까지 제외하면 0%대로 떨어진다. 정부가 쏟아부은 돈으로 경기가 회복됐을 뿐 투자→생산→소비의 선순환 고리로 다시 투자가 늘어나며 일자리가 증가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물경제 지표 회복속도만큼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수출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은 원ㆍ달러 환율 1,000원대에도 견딜 수 있는 원가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고용은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출 핵심 요인이다. 고용은 경기의 가장 큰 후행지표로 재정으로 버티고 있는 일자리 문제의 시한폭탄이 터질 경우 민간소비는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다.
◇환율은 독성이 강한 약=전문가들은 V자형 경기회복 시나리오에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변수로 환율을 꼽는다. 떨어지는 환율(원화가치 상승)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졌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상반기 환율 효과로 재미를 봤던 기업들에는 독으로 다가온다. 임정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일한 실적이라고 봤을 때 수출기업의 실적은 2ㆍ4분기 30% 정도의 환율 효과가 발생했다"며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기업 실적에 따른 모멘텀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독성이 강하다. 웬만한 변수의 경우 정부의 긴급 처방으로 약효가 나지만 환율에서 자칫 잘못된 처방은 걷잡을 수 없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 하락은 곧바로 수출에 연결된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경기회복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수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 7월 수출은 전년보다 20.1% 감소한 327억달러, 수입은 35.8% 줄어든 276억달러를 기록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력시장인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때까지 경기회복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율 등 대외변수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상반기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재정여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V'자형 회복에 대한 낙관론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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