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죽음의 수순

제6보(81~100)



흑대마가 죽었다고 서봉수9단이 말해 주었어도 필자는 얼른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직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정말로 흑대마가 죽었다고 단언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일 것이다. 아마추어는 목에 칼이 들어와야 비로소 죽음을 실감하지만 프로는 주변의 정황을 보고 이미 사지에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아마추어6단인 필자가 이러할진대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말해 무엇하랴. 바로 대문 밖이 저승인데 그것을 모르고 사는 것이다. 정황을 보고 안다고 했지만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프로는 수읽기를 할 줄 알며 수일기의 깊은 터널 저 끝에 기다리는 놈이 사망인지 생명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세돌은 일단 흑81로 끊었다. 갇힌 흑대마가 살길이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우선은 이렇게 끊어야 백의 포위망을 조금이라고 찌그러뜨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백이 포위망을 정비하는 사이에 뭔가 이득을 챙길 방도가 생기는 법이다. 동시에 백의 응수에 허점이 보이지 않는지 은근히 노리고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상대가 실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절대로 비겁한 일이 아니니까. 흑83으로 슬쩍 장문을 씌워보는 이세돌. 그러나 조한승은 백84 이하로 간단히 장문을 벗어나 버린다. 이성재8단이 흑89로 참고도1의 흑1에 끊어보는 가상도를 만들었다. 흑9까지 봉쇄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로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이 수순 가운데 백4로 7의 자리에 뻗어도 그만이다. 흑97로 참고도2의 흑1에 끊는 수가 있을 듯하지만 묘하게도 그게 성립되지 않는다. 백2 이하 6으로 흑의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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