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90조원 안팎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처럼 국고채 금리가 은행대출의 기준금리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채 소화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무엇보다 시장을 대표하는 금리의 투명성 면에서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변동성이 적은 국고채 특성상 때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리한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가 장기국채 금리와 연동됐던 데 반해 우리나라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금리에 연동돼왔다. 외환위기 이전 발행된 국채가 대부분 양곡채와 특수채 등에 한정돼 있었고 물량도 매우 적어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00년대 들어 회사채와 더불어 국고채 3년물이 지표금리로 사용돼왔지만 은행들은 자금조달 등을 이유로 변동성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CD금리를 주로 활용했다.
문제는 CD금리가 변동성이 큰데다 운영 투명성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은행 자금조달에서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원활하게 유통되지도 않고 실질적인 자금조달 역할도 못하는 CD가 대출금리 기준이 될 이유가 없다”며 “국고채 금리를 대안으로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고채 금리가 대출금리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정부가 단기물 물량을 늘려 시장에서 충분히 유통만 시켜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를 소화하는 데 있어 3년, 5년, 10년물 외에도 좀 더 유동화하기 쉬운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1년 이하 단기물 국고채 발행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가져야 할 여러 자격 요건들이 있다”며 “선도은행이 방침을 정하면 여타 은행들이 따라가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물 유통물량만 충분해지면 관행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은행채나 통안채 등 단기채권의 이른바 ‘구축효과’나 단기금리 안정을 위한 정책적 부분을 감안할 때 3ㆍ5년 중장기 국고채를 마련하고 대출 기준금리 문제는 차후에 따로 건드려도 늦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