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의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충분한 은퇴자금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어서 돈을 많이 모아 나이 들어 아무 일도 안하고 골프나 여행 등 여가를 즐기는 삶을 꿈꾼다. 과연 이 같은 생활이 행복할까. 전문가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충분한 은퇴자금 보다는 계속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조언한다. ‘돈’보다는 ‘관계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남녀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필요 은퇴자금은 5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응답자의 60% 이상은 이를 마련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대답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드러냈다. 이유는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생활비와 주택자금 부담 때문이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소장은 "실제 우리나라 은퇴 예정자들은 목돈을 저금할 여력이 없다"며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지양하지 않으면 은퇴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자금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해서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젊은 시절 돈을 많이 벌어서 노년에는 골프를 치고 여행도 즐기며 여유롭게 사는 삶이 행복한 노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좋다는 지적이다.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년기는 신체적으로 활동이 많이 줄어드는 시기로 갑자기 일을 그만둘 경우 자괴감이나 우울감 등에 빠져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취미활동이나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을 지속하는 등 사회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노화로 인한 각종 질환예방에도 좋다”고 당부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력을 유지시켜주고 뇌에 산소를 공급해 행복감을 높여준다. 또한 노년기에는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대화의 기술이다. 한 교수는 “대화는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개인적 고립감을 없애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가족의 감정 또한 수용해 줄 수 있어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내가 먼저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맘에 안들어도 참아주고 칭찬해 주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연선기자